세브란스: 단절 (Severance, 2022) 감상문 - 이니와 아우티의 분리는 실험일까
뇌에 장치를 심어 기억을 분리한다. 근무 시간과 일상 시간의 기억이 분리된다. 왜 이런 게 존재하는 걸까? 하다못해 보안이 중요한 일도 아니다. 직장에서는 시시한 일만 한다.
루먼이라는 회사에서 단절층이라 불리는 지하 공간에서 일을 한다. 엘리베이터를 타고 단절층으로 가면 일상생활을 하는 아우티에서 직장 생활을 하는 이니로 전환이 일어난다. 카메라 화각을 바꾸고 표정이 바뀌어서 인격 변화를 강조한다. 이 연출이 마음에 든다.
드라마를 보는 내내 드는 의문이다. 왜? 직장에서는 시시한 일만 한다. 단절층에 존재하는 상품은 모두 루먼의 제품이다. 칫솔까지도 다른 회사의 제품이 존재하지 않는다. 정치적인 목적일까? 인류 개조를 위한 실험실인 걸까?
누구는 현실은 괴롭지만 이니는 단절층에서 사랑을 나누고 행복해질 수 있다. 누구는 이니가 퇴사를 원하지만 아우티가 거부해서 극단적인 시도를 해서 이니의 의사를 아우티에 전달한다. 정신은 분리할 수 있어도 생명은 분리할 수 없다.
이니는 정신 분리 시술까지 가능한 과학 기술이면 자동화로 충분히 대체할 수 있는 그런 단순한 작업만 한다. 노래, 춤, 쿠키와 같은 걸로도 상을 줄 수 있을 만큼 지루한 직장이다. 마시멜로를 주지 않는 게 벌로 작동할 정도이다. 실험이 맞는 것 같다는 생각이 들었다.
최고 결정 기구인 이사회가 존재한다. 여기에도 단절이 존재한다. 단절층 운영자가 이사회와 직접 이야기하지 않는다. 연결해 주는 관리자를 통해 질문을 전달하고 대답을 전달받는다.
어떤 공간에 가서 사과문을 반복해서 읽는 벌이 단절층에 있는 가장 심한 벌이다. 시말서 같은 건 존재하지 않는다. 마치 의무 교육기관에서 내리는 벌 같다. 사과문을 언제까지 읽어야 할까? 진심으로 반성하는지를 판단하는 기계가 결정한다. 어떻게 판단하는지 모르는 기계가 주는 잔인함이다. 공감 능력이 없는 기계가 인간의 감정을 판단하는 잔인함이 느껴졌다.
기술 발전이 부조화스럽다. 문명 게임을 해봤다면 이렇게 기술을 올리지 못하는 것을 알 수 있다. 정신을 단절시켜서 스위칭이 가능한 시대다. 이런 기술 빼고는 모두 지금의 기술과 비슷하다. 오히려 컴퓨팅은 더 아날로그 기술을 사용한다.
저런 루먼이 도시 국가를 세우고 망해버린다면 바이오 쇼크 (2K, 2007) 느낌이 나올 것 같다. 기술은 모르겠지만 절대적인 믿음이 소름 끼친다.
설정은 재미있는데, 이야기 전개가 지루하다. 더 빠른 템포로 전개했다면 홀리듯이 따라갔을 텐데, 지루하다 보니 더 궁금해지지도 않는다. 시즌 2는 어려워지고 재미가 떨어져서 보다가 말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