포탈 2 (Valve, Windows, 2011) 플레이 후기
포탈 1. 너무 재미있게 했다. 너무 충격적이었다. 뭐야. 퍼즐에다가 이렇게 스토리를 넣을 수 있는 거야? GLaDOS. 은근 매력 있어. 포탈 2가 나오겠지만, 과연 1탄을 넘을 수 있을까?
제 생각이 짧았네요. 괜한 걱정이었네요. 죄송합니다. 1탄을 넘을 수 없을 거라 생각했는데, 가뿐히 넘었네요. 대단합니다.
일단 자기 모습부터 보고 시작. 난 이 처음에 자기 모습을 보게끔 유도하는 게임 플레이 느낌이 참 좋다. 2탄에서도 일단 자기 모습을 보고 시작.
낙서. 안 지나치고 유심히 보게 된다. 1탄에서 실험 대상이 된 사람들이 남긴 메시지라는 생각이 너무 강해서일까? 낙서를 통해 게임 시나리오를 더 설득력 있게 만들고 풍부하게 하는 데 성공. 플레이어가 좀 유심히 봐줬으면 좋겠다라고 게임 디자이너가 의도했다면 대성공.
여기에 덧붙여 포탈 게임 무대인 애퍼처 사이언스와 하프라이프에 나오는 블랙 메사를 경쟁 회사로 설정한 것도 훌륭하다. 이거 거의 공짜잖아. 블랙 메사가 혼자여서 외로웠는데, 더 이상은 외롭지 않아요. 이렇게 세계관을 연결해 풍부하게 만드는 거 좋다. 괜히 플레이하는 나도 역사와 전통을 가진 멋진 게임을 하는 느낌도 들고 말야.
GLaDOS. 참 뭐랄까 싫지 않은 녀석. 나도 반가워. GLaDOS와 플레이어 관계에서 난 광기에 사로잡힌 짝사랑이 연상된다. 아~ 그리고 마지막에 빵 터진 엔딩 장면이 있었다. 난 GLaDOS를 안 믿고 ’어휴 그럼 그렇지…’ 라고 생각했는데, 귀여운 작은 반전이 있었다. 역시 세상은 아직 살 만해. GLaDOS. 한순간이라도 의심해서 미안~
GLaDOS만큼 반가운 하트 큐브. 하트 큐브가 나오는 스테이지에는 그릴이 없다. 플레이어는 통과할 수 있지만 다른 건 다 갈아버리는 그 그릴. 그럼 다들 어떻게 행동할까? 차마 놔두고 가지 못하는 하트 큐브를 들고 간다면? 짜잔. 도전과제 하나 달성. 플레이어 심리를 살살 긁는 GLaDOS 설정에 너무 잘 어울리는 아이템.
난 끝난 줄 알았는데, 그게 아니었어. 이런 젤을 사용해서 푸는 퍼즐도 재미있었다. 유체 시뮬레이션(fluid simulation)을 퍼즐 요소로 넣고 싶은 게 아닐까?
게임 두 개를 안에 넣어놨네. 나 멀티 플레이 못해봤음 엄청 후회할 뻔했다. 좀 늦게 시작해서 같이 할 사람이 있을까 걱정했는데, 타이밍 좋게 @whiletrue0222가 샀더라. 다행다행. 특히 포탈 두 개로 플레이어 한 명이 빠른 속도를 얻게 되고 그걸 다른 플레이어가 사용해 퍼즐을 푸는 방법이 너무 인상적이고 재미있었다. 좀 어지럽긴 해.
뿌듯해. 나 과학을 구했어! 그날, 그 상으로 한시간 더 잤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