다크소울 (Dark Souls, From Software, 2012) - 악랄하지만 인상적인 게임
플레이어 레벨이 중요한 게임. 이것 때문에 악명이 높다. 플레이어 레벨을 높이는 방식이 가혹하니깐. 게임 캐릭터가 노쌍 죽는다. 계속 죽이면서 레벨을 높인다.
죽을 때, 무언가 떨어뜨린다. 아마 이것 때문에 악명이 더해졌으리라. 떨어뜨리는 건 바로 사용하지 않고 모아 둔 ‘영혼(soul)’. 적을 죽이거나 아이템으로 획득하는 ‘영혼’은 게임에서 화폐 역할을 한다. 여기에 더해서 레벨 업에 재료가 된다. 안 죽고 다시 가서 주울 수 있으면 온전히 복원할 수 있다. 하지만 다시 가는 동안 다시 소환된 몬스터가 있을 것이고 줍기 전에 다시 죽으면 이전에 떨어뜨린 게 사라진다. 아아.
패턴을 식별하는 순간 난이도가 확~ 낮아지는 재미가 있다. 몬스터 헌터에서 느낀 재미다. 처음에 보스를 만나면 도망 다니느라 정신이 없지만, 어느 순간 패턴이 보이기 시작한다. 이때부터 난이도가 낮아진다. 그리고 절대 깰 수 없을 것 같은 보스를 잡는다. 확실히 이런 재미가 있다.
몰입되더라. 불친절하고 높은 난이도가 오히려 몰입에 도움을 줬다. 정말 오랜만에 미니맵이 없는 게임을 했다. 그래. 미니맵은 편리하긴 하지만 몰입에는 도움이 안 된다. 엔딩을 보고나니 꽤 매력적인 세계였다. 세계관을 잘 만드는 것보다 플레이어가 얼마나 몰입하게 하느냐가 중요하다. 난 이 게임을 하면서 이걸 배웠다.
싱글 플레이와 멀티 플레이를 독특하게 결합했다. 싱글 플레이지만 다른 유저가 볼 수 있는 메시지를 남길 수 있다. 진짜 유용한 정보도 있지만, 낚시도 꽤 많다. 뛰어내리라는 조언을 보고 점프. 그냥 낭떠러지. 죽음. 뭐 이런 거. 가끔 보이는 ’혈흔‘도 꽤 재미있는 발상. 다른 플레이어가 여기서 어떻게 죽었는지 환영으로 보여준다. 그리고 언뜻언뜻 보이는 다른 플레이어 잔상. 데몬즈 소울(Demon’s Souls)에서 높은 평가를 받았던 시스템을 가져왔다.
멀티 플레이를 하는 방식이 재미있다. 인간성을 써서 망자에서 부활하면 멀티가 가능해진다. 바닥에 남긴 ’소환 사인‘을 통해 다른 플레이어를 소환해서 같이 플레이할 수 있다. 플레이어뿐만 아니라 NPC도 된다. 바로 ‘태양의 전사 솔라’. 한번 소환해서 보스를 깨보면 왜 플레이어들이 바닥에 ‘태양 만세’라는 메시지를 남기는지 알게 된다.
망자에서 부활하면 이렇게 도움만 받는 게 아니다. 이 순간부터 다른 플레이어로부터 침입을 받을 수 있다.
쯔바이핸더. 거대한 검에 로망을 가지고 있어 끝까지 애용한 무기다. 엄청나게 느려서 거리 조절이 가장 중요하다. 가볍게 휘두르고 이런 거 없다. 사실적이다.
총 57시간 플레이. 30시간을 넘기니 정말 재미있더라. 영감을 주는 독특한 멀티 플레이. 악랄하지만 몰입하게 하는 게임 디자인. 인상적인 게임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