폴아웃 3 (Bethesda, Xbox 360, 2008) 플레이 후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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북두신권 배경과 똑같다. 핵전쟁 이후 세계. 개발자도 북두신권을 염두에 뒀는지, 맨손 격투 능력치가 존재한다. 가상 세계인 핵전쟁 이후 세계. 사실 그리 낯설진 않다. 영화, 게임, 만화에서 참 많이 그린 세계이기 때문에. 그나저나 북두 신권으로 게임을 클리어 해보려다가 포기. 뭐가 이리 어려워. 아마 내가 진짜 북두 신권을 안 배워서 그런지도 몰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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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일 처음 만나는 대도시. 메가톤. 괜히 애착이 가는 도시다. 정말 핵전쟁 이후에 인류가 남아 있다면 이런 식으로 도시를 만들지 않을까? 이런 그럴듯한 묘사가 게임에 몰입하게 한다.

튜토리얼. 흥미롭다. 아기부터 시작하는데, 아기에게 자기 몸 사용법을 가르쳐 주듯이 플레이어에게 자기 아바타 사용법을 알려준다. 자연스럽게 부모 얼굴도 보여주고. 신선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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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수도를 적극적으로 사용한다. 그냥 지상으로만 다니면 재미없잖아. 하수도에는 구울이 숨어 살고 지상에는 슈퍼 뮤턴트가 주름잡고 다니는 설정으로 세계관과 잘 맞고. 하수도, 지하철로, 지상을 골고루 잘 섞어서 이동하는데 길이 지루하게 느껴지진 않았다.

메인 퀘스트는 별로 재미가 없었다. 아빠 찾아 삼만리. 서브 퀘스트가 재미있었는데, 난 특히 뱀파이어를 꿈꾸는 녀석들이 나오는 퀘스트가 가장 재미있었다. 지하철역에 숨어 사는 그들. 꽤 그럴 듯 하다. 특히 그들이 이룬 공동체까지 가는 길에서 네러티브를 느꼈다. 사람이 만들어 놨을 법한 트랩들이 존재해서 ’여기에 사람이 숨어 사는 것 같아’ 라는 생각을 하게 만들더라.

말빨이 중요해. 역시. 설득이란 능력치를 키우면 대화로 아주 쉽게 퀘스트 진행이 가능하다. 걍 내부에서 능력치를 꿍짝꿍짝 계산해서 사용하는 게 아니라 직접 느낄 수 있게 하니 실감이 났다. 설득 외에 곤충학자, 의학, 과학. 이런 걸 배워도 대화에 새로운 문장이 뜬다. 물론 다른 능력도 있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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플레이어가 이것저것 많이 할 수 있게 게임을 만드는 것보단 계속 머물고 싶은 세계를 만드는 게 중요하다. 결혼, 집. 뭐 이런 콘텐츠를 만들면 뭐해. 매력이 없는 세계라면 말짱 꽝이다. 그런 면에서 아주 좋은 예는 페이블 2. 뭐 이것저것 많지만 끝난 뒤에 돌아다니고 싶다는 생각이 안 들더라. 그와 반대로 폴아웃 3는 엔딩을 보고 난 뒤에 이곳 저곳을 돌아다니며 구경 좀 했다. 모든 위치를 지도 상에서 밝힐 수 있는 기술이 있는데, 이게 엔딩을 볼 때 쯤 찍을 수 있다. 게임 끄지 마! 더 돌아다녀! 궁금하지도 않아? 아~ 치밀해.

볼-텍 사격보조 시스템(Vault-Tec Assisted Target System, V.A.T.S)도 빼놓을 수 없지. 어떤 것인가 하면 누르는 순간 정지해서 유저 숙련도가 아니라 캐릭터 숙련도로 사격할 수 있는 시스템이다. 1인칭 시점이라 사격이 플레이하는 유저 숙련도에 영향을 많이 받는데, RPG 느낌을 최대한 살린 시스템. 이거 정말 잘 만든 것 같다.

최근에 본 가장 강렬한 인트로. 100점 주고 싶다.

미친듯이 몰입하게 하는 잘 묘사된 세계. 세계관과 잘 맞아떨어지고 입체적으로 느껴지는 퀘스트. 나레이션, 컷신 없어도 잘 설명해주는 네러티브. 늦게라도 엔딩을 봐서 다행이야. 안 해봤다면 추천하고 싶다.

Update <2017-07-11 Tue> 사진 업데이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