바보상자의 역습 (스티븐 존슨, 2006) 독후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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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중문화는 우리가 저질, 통속이라고 무시하는 연예물을 통해 지속적으로 아주 조금씩 우리 뇌를 명민하게 만들고 있다.

이런 상향 트랜드를 나는 슬리퍼 커브(Sleeper Curve)라고 이름 지었다. 슬리퍼 커브는 우디 앨런의 고전 공상과학 영화 <슬리퍼>에서 착안했다.

2173년 미래세계에서 과거로 온 과학자들이 크림 파이와 핫 퍼지를 다이어트의 적이라며 무시하는 20세기 인간을 보고 충격을 받는 장면처럼, 우리가 무시하는 대중문화가 정작 엄청난 가치를 지니고 있을지도 모른다. p.12

게임, TV, 영화, 드라마 등과 같은 대중문화가 끼치는 악영향을 설명하라면 쉽다. 뭐~ 항상 주위에서 많이 들어온 말들이니깐. 술술~ 하지만 장점을 설명하라고 한다면? 분명히 장점이 있는 건 알지만, 머릿속에서 어지럽게 흩어져 있을 뿐 정리가 안 된다. 그래~ 맨날 단점만 주야장천 들어서 장점을 진지하게 생각해 볼 시도조차 하지 않았던 건지도 모른다.

어렵다. 다른 대중오락에 비해 기다려야 얻을 수 있는 즐거움을 가지고 있다. 탐색과 접어두기는 적극적인 사고와 분석을 촉진한다. 주위환경을 이해하기 위해 두뇌 노동을 강요한다. 책에서 설명하는 게임이 가지는 장점이다. 게임이 가지는 장점은 재미이론을 통해 처음으로 정리된 주장을 읽었는데, 이 책이 더 짧은 분량으로 더 명확하고 시원시원하게 말해준다.

TV에서 하는 드라마나 리얼리티 쇼에 대한 장점도 고개를 끄덕이게 한다. 특히 표정과 행동을 관찰해서 심리를 읽는 훈련을 할 수 있다는 것. 인간 사이에 존재하는 복잡한 역학 관계를 파악하는 훈련을 도와줘서 사회적 지능을 향상할 수 있다는 주장도 흥미로웠다. 사실 이런 것 때문에 어프렌티스같은 리얼리티 쇼를 좋아한다.

대중문화가 가진 장점을 설명한다고 해서 책을 무시한다거나 그런 건 아니다. 글쓴이가 대중문화가 아닌 책으로 이런 주장을 써낸 것만 봐도 알 수 있다. 우리가 무시하고 깔보는 대중문화에 분명 장점도 존재하는데, 그저 해로운 걸로만 취급하는 게 답답했나 보다. 장점을 제대로 알리겠다고 작정하고 쓴 것 같아 이 책이 신선하게 다가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