숙제의 힘 (로버트 프레스먼 et al., 2015) 독후감
트윗을 읽고 책에 관심이 생겼다. 학습 습관에 관한 책이라 우선순위를 높여서 읽었다. 학생일 때뿐만 아니라 졸업하고 난 후에도 강력한 무기가 되는 좋은 학습 습관을 아이에게 만들어주고 싶었다. 게다가 그냥 내가 몇 번 해보니 좋더라가 아니라 미국 50개 주, 4,600개 도시, 약 5만 명의 부모를 대상으로 3년간 수행한 학습 습관 연구 프로젝트에 기초한 책이라서 믿음이 생겼다.
책 초반에 나오는 실험이 인상적이었다. 습관을 어떻게 만들어줄 수 있는지 ’우유 실험’을 통해 보여준다. 에번스 선생은 절대 아이들에게 손을 씻으라고 하지 않는다. ’쉬는 시간이 끝나면 손을 씻는다. 그러면 우유를 받는다.’라는 규칙을 만들었다. ’저는 우유를 안 주세요?’라고 묻는 아이에겐 싱크대를 가리키며 말한다. ’우유 법칙이 뭐였더라?’ 아이는 곧장 일어나 손을 씻는다. 손을 씻으라는 말을 하지 않는다. 우유가 없는 자리라는 ’신호’만 제시한다. 우유를 먹을 생각이 없으면 손을 씻지 않아도 된다. 아이들은 손을 씻는 걸 선택할 수 있다. 손을 씻는 시간도 평균 22초로 다른 유치원생에 비해 10초가 길었다고 한다. 내재적인 동기에 의한 선택이라 더 성실히 손을 씻은 것이다.
이 우유 실험이 자율 양육의 좋은 예라고 한다. 자율 양육이라니 너무 매력적인 단어다. 매번 밥 빨리 먹어라. 숙제부터 하고 놀아라. 지각하겠다 빨리 준비해라. 늦었으니 빨리 자라. 이런 반복적이고 소모적인 말을 하지 않아도 된다는 뜻 아닌가?
자율 양육법이란, 그 명칭이 암시하듯이 아이들에게 스스로 행동에 대한 선택권을 부여하고, 아이들이 삶의 방향성에 대한 통제력을 얻도록 하는 것이다. 이 양육법은 지속할 수 있는 학습 능력을 계발하는 데 도움이 된다. p27
합리적인 가정 내 규칙을 확립하는 것이 자율 양육의 근간이다. 그럼으로써 습관 형성이 촉진된다. p38
아이들은 종종 인생에서 자신들이 선택할 수 있는 경우가 매우 드물고 ’명령받는 대로’ 움직인다고 느낀다. 아이의 자립심을 키우는 최고의 양육법 중 하나는 규칙을 이용하는 것이다. 아이에게는 그 규칙을 따르길 원하는지, 혹은 아닌지를 스스로 선택할 자유가 주어진다. p38
명령은 ’아가야, 제발 TV 좀 끄고 숙제할래?’처럼 아무리 상냥하게 표현되더라도 비지속적이고, 예측이 어렵고, 종종 변덕스럽기까지 하다. 명령을 내리는 것도 부모 입장에서도 즐겁지 않고, 명령을 받는 아이 입장에서는 반감과 억울함을 낳기 쉽다. 반면에 규칙은 안내와 행동의 지침이 된다. [.] 규칙은 습관으로 이어지는 수용 절차다. 결국 아이들은 규칙을 따르기로 한 자신들의 선택을 내재화하게 되고, 그런 과정을 통해 새로운 습관이 창조되는 것이다! p39
자율 양육의 핵심은 규칙이다. 우유 실험에서 ’자 들어오면 손부터 씼어야지. 화장실로 가서 손 씼어’ 같은 명령을 하지 않는다. 아이가 참가한 가족회의를 열어 규칙을 만든다. 규칙을 어기면 행동을 지시하는 게 아니라 규칙만 상기시키는 것이다. 예를 들어 7시 30분에 잠자리에 드는 규칙을 만들었다면 ’이제는 잠을 잘 시간이야’ 같은 말을 하지 않는다. 대신 규칙을 떠올리게 한다. ’규칙이 뭐였지?’ 아이가 대답을 못 하면 ’규칙은 7시 30분에 잠자리에 드는 거란다’ 라고 규칙을 말해준다. 이걸 반복해서 규칙을 확립하고 반복과 지속으로 습관을 만든다.
듀크대 심리학과 해리스 쿠퍼 교수는 ’아이들이 숙제하는 데 얼마의 시간이 적합한지’에 대해 결과를 얻기 위해 60건이 넘는 연구를 검토했다. 2006년 발표한 논문에서 그는 학년이 올라갈 때마다 10~20분 정도의 시간을 더할 것을 제안했다. 즉 2학년은 집중해서 20분간 앉아서 하면 되고, 6학년은 약 60분간 숙제에 집중하면 된다. p125
숙제 습관을 기르는 첫 번째 단계는 언제 어디서 숙제를 할 것이냐를 결정하는 것이고, 그다음이 ’10분 규칙’을 적용하는 것이다. 즉 아이들이 각 학년에 10분을 곱한 시간만큼 앉아서 학교 숙제를 한다는 뜻이다. 다 끝내지 못해도 괜찮다. 만약 일찍 마쳤다면, 남는 시간에는 독서를 하면 된다. p127
아이가 수용할 수 있고 시간제한이 있는 적당한 숙제 습관을 설정해 두면, 아이는 자기 조절, 일정 조절, 시간 관리, 그리고 목표를 설정하는 능력을 키울 수 있다. 거기에 노력에 대한 독려가 더해지면, 아이들은 성공적으로 숙제 습관을 기르고 극기와 자존감을 얻는다. p135
가장 궁금했던 숙제 습관이 나왔다. 10분 동안 앉아서 숙제하는 습관을 기른다는 게 핵심이다. 숙제를 빨리 끝내면 남은 시간 동안은 책을 읽게 한다. 10분을 앉아서 집중할 수 있게 한다. 대충대충 숙제를 해서 빨리 끝내도 10분을 앉아 있어야 하는 건 똑같다. 그래서 천천히 제대로 숙제하는 걸 유도한다. 하지만 대한민국 초등학교 1학년에게 10분은 너무 적은 시간이다. 학교 숙제만 하면 10분 정도면 충분한 것 같은데, 문제는 사교육이다. 영어 학원 숙제만 하더라도 30분은 써야 할 것 같다. 이제 숙제라는 걸 처음 접한 초등학교 1학년에게 1시간을 집중해 숙제하는 건 불가능에 가깝다. 뒤처질 것 같은 불안함에 다른 애들도 다 하는 학원에 안 보내는 건 할 수 없는 부모가 할 수 있는 게 있을까? 학교 숙제와 학원 숙제를 분리해서 해보는 건 어떨까? 학교 숙제만 숙제 습관으로 만들고 그 시간을 차차 늘려서 학원 숙제까지 스스로 할 수 있게 점진적으로 도입하면 어떨까? 생각이 많아진다. 분명한 건 숙제 습관을 점진적으로 만들기 힘든 환경이다.
책에서 추천한 대로 아날로그 손목시계를 사주고 시간 개념을 가르치고 있다. 놀이터에 놀고 있을 때, 집에 데려오는 게 정말 힘들다. 이때 아날로그 손목시계가 유용했다. 더 논다는 아이와 적당히 타협해서 몇 분을 더 놀지 정한다. 그럼 손목시계를 보고 계산해서 몇 시에 집에 들어가야 하는지를 말하는 연습을 많이 했다. 공부 시간을 정하는 건 타임타이머를 잘 사용하고 있다. 사실 공부보다는 밥을 너무 늦게 먹어 밥 먹는 시간을 앞당기려고 사용한 횟수가 더 많다. 밥은 여전히 늦게 먹는다.
규칙을 만든다. 잘 지킬 수 있게 일방적으로 만드는 게 아니라 가족회의를 열어 규칙을 만드는 과정에 아이를 참여시킨다. 부모가 하라고 해서 하는 게 아니라 우리가 같이 만든 규칙이기에 해야 하는 거다. 규칙을 안 지킬 때는 ~하라가 아니라 규칙을 상기시킨다. 반복이 되다 보면 습관이 된다. 도움이 많이 된 책이다. 읽길 잘했다. 사소한 집안일을 하나 맡는 게 책임감을 기르는 데 좋다고 하니 내가 매일 하는 일 중 귀찮은 걸 하나 넘겨볼 생각이다.
밑줄 그은 문장
- 생각을 심으면 행동을 거두고, 행동을 심으면 습관을 거두고, 습관을 심으면 인격을 거두고, 인격을 심으면 그것이 곧 운명이 될 것이다 - 사무엘 스마일스 p27
- 배움에는 기쁨이 뒤따르고, 우리는 항상 새로운 것을 배우는 중이며, 새로운 기술을 얻는 데는 많은 연습이 필요하다는 것을 자녀들에게 알려 주는 일, 이것이 바로 학습 습관이 자라나게끔 하는 자율 양육법이다. p65
- 생존을 위해서는 물이 필요하다. 하지만 물이 너무 많으면 빠져 죽을 것이다 - 마야 안젤루 p69
- 아이들이 스스로 자립하길 원한다면, 아이들에게 책임질 일을 시키세요 - 애비게일 밴 뷰렌 p101
- 아이에게 선물로 핸드폰을 사 주지 마라. 핸드폰은 선물이 아니라 책임져야 할 대상이다. 정 갖고 싶다면 자신의 용돈으로 사야 한다. p113
- 운동에 참여할 때, 아이들은 좌절감을 관리하는 법, 고도의 압박 속에서도 집중력을 잃지 않는 법, 계속 게임에 매진하는 법을 배우게 된다. 결국 스스로의 감정을 다루는 법을 익히는 것으로, 포기하지 않을 줄 알게 된다. p143
- 부모가 독서하면, 아이들도 읽게 된다. 종이책, 전자책, 만화책 등 그 무엇이든 상관이 없다. 그냥 독서가 독서를 낳는 것이다. 자율적 부모들은 아이에게 책을 읽어 주고, 아이가 자신들에게 책을 읽어 주거나 스스로 읽도록 한다. 미디어 기기의 전원을 끄고 책을 꺼내라. 그건 곧 아이들이 대학에 입학해 학위를 갖고 졸업할 때까지 필요한 기술을 습득하도록 돕는 일이다. p151
- 학생에게 있어 가장 힘든 부분은 개별 시험마다 시간제한이 있다는 점이다. 특정한 시간 동안 앉아서 집중해 본 경험이 충분하지 못한 아이들은 극심한 어려움을 겪는다. [.] 숙제 습관은 시간 관리법과 독서법의 결합을 요한다. [.] 이들 습관은 아이들의 숙제에 도움이 될 뿐 아니라, 아이들이 느끼게 될 시험 불안의 정도를 크게 낮춰 준다. p152
- 대화에서 가장 중요한 것은 말해지지 않은 것을 듣는 일이다 - 피터 드러커 p213
- 추측은 관계에 있어서는 해충과도 같다 - 헨리 윙클러 p218
- 스스로 할 수 있는 것에 대해서만 책임을 지고 그 외에는 손을 뗄 줄 아는 아이가 가장 성공적인 아이다. 그리고 부모에게는 이 반대가 적용된다. 자녀가 통제할 수 있는 것에 대해 대신 책임져 주지 않는 부모가 가장 잘 도와주는 부모다. p232
- 노력을 장려하고 자녀가 무엇을 통제할 수 있는지 현실을 반영해 논의한다. ’나는 내가 생각하고, 말하고, 행동하는 것을 통제한다. 그것들은 다른 누구도 아닌 내 책임이다’라는 점을 아는 것부터가 훌륭한 출발이다. p233
- 아이들의 독립심을 키우고 징징 짜지 않게 하고 싶다면, 아이를 더 낳으세요. p306