리그 오브 레전드 (Riot Games, 2009) 플레이 후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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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가 움직이는 건 내가 고른 챔피언 한 명. 이 챔피언을 컨트롤 해서 적 본진을 파괴하면 이기는 공성전 게임이다. 어떤 게임이냐고 물으면 보통 “DotA나 카오스 같은 게임이야.”라고 설명한다. 장르를 물으면 어떤 장르인지 몰라서 말 못했는데, 찾아보니 이런 장르를 AOS라고 하더라. 풀어서 쓰면 Aeon of Strife. 다른 뜻이 있는 게 아니라 이런 게임 플레이를 만든 원조 게임 약자를 딴 거다. 뭐~ 결국 OO 같은 게임이야. 이렇게 설명하는 거다.

게임에 들어가기 전 마음에 든 건 바로 매치 메이킹 시스템. 방 만들어서 다 레디를 누르는지 확인하고 게임 시작하는 방법을 딱 싫어하는 지라 무척 반가웠다. 물론 무조건 혼자만 이용할 수 있는 게 아니라 2~5명 팀을 만들어서 이용할 수 있는 어레인지 팀(arranged team)도 지원한다. 특이한 건 모르는 사람끼리 짝을 지어진 팀과 어레인지 팀을 붙이면 웬만하면 서로 알고 호흡도 맞춘 어레인지 팀이 무조건 이겨서 형평성에 맞지 않는데, LoL에선 어레인지 팀과 일반 팀을 구별하지 않고 대결을 붙인다는 것이다. 대신 Elo 시스템으로 이걸 극복하려고 하고 있다. 너무 자주 고렙 팀이랑 붙여줘서 흑백 게임(죽으면 부활할 때까지 흑백 화면이 된다.)인지 착각하겠다는 불평도 심심찮게 볼 수 있다. 꼭 저렇게 어레인지 팀끼리 안 붙이고 Elo 시스템으로 관리하는 건 좋은 생각같다. 사실 친구랑 팀을 만들어서 게임을 할 때, 꼭 2 vs 2가 아니라 다른 모르는 사람 3명을 끼워서 5 vs 5로 하고 싶을 때가 많은데, 저렇게 Elo 시스템으로만 관리하면 이런 게 가능하기 때문이다. 게다가 개발사는 자동 매칭 시스템 노하우도 쌓고 말야.

게임을 시작하면 내가 전투를 안 하더라도 쬐끄만 녀석들이 나와서 계속 치고받고 하는 걸 볼 수 있다. LoL에서 이런 AI 유닛을 미니언(minion)이라 부른다. 이 미니언이 게임에 해주는 역할이 큰데, 생각해보니 두 가지 정도가 떠오른다. 첫째, 뭔가 계속 진행 중이라는 걸 플레이어가 느끼게 해준다. 즉, 미니언이 게임을 동적으로 만들어 준다. (’~적’이라는 말을 쓰기 싫은데 적당한 말이 생각 안 난다.) 둘째, 상대편 미니언은 좋은 돈줄이다. 그래서 미니언을 꾸준히 잡게 되는데, 이게 자신 위치를 상대편에 노출하게끔 한다. 이렇게 위치를 자주 노출하게 해서 갱크(Gank, 상대편 챔피언을 공격)가 활발하게 일어나게끔 한다.

5명이서 게임을 이기기 위해 협력하는, 즉 호흡을 맞추는 과정이 LoL에서 가장 재미를 느끼는 구간이다. 말없이도 서로 지시를 할 수 있게 워크래프트 3에서 많이 본 인터페이스를 제공하는데 이게 정말 유용하게 잘 쓰인다. 어떤 거냐면 g를 누르고 클릭하면 팀원 모두에게 클릭한 지점이 미니맵에 표시되는 기능이다. 이런 건 정말 잘 벤치마킹해서 가져온 것 같다. 자주 사용하는 말을 프리스타일처럼 특정 키에 바인딩시켜서 나오게 해도 유용할 건데 이것까진 지원하지 않는다. 하면 되게 편할 텐데 말이지.

평균 한 게임에 30~40분 정도 걸리는데, 한 게임이 길어서 이게 좀 아쉽다. 최근에 주로 회사에서 점심시간에 플레이를 하곤 했는데, 간혹 점심시간이 끝나기 전까지 게임이 안 끝나서 중간에 어쩔 수 없이 강제종료하곤 했다. (아아~ 같은 편한테는 너무 미안하다.) 좀 더 템포가 빨라져서 한 게임 시간이 20~30분 정도가 됐으면어떨까 한다. 아님 타임 아웃을 걸어놓은 게임 모드를 추가하거나. 아무튼 점심 시간처럼 정해진 시간에 하기는 적당하지 않더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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게임 하는데 우리 편에 한 명이 나가면 참 난감하다. 이게 비단 LoL 문제뿐만 아니라 팀 대전을 지원하는 모든 게임에서 문제가 된다. LoL에서 특히 눈여겨볼 게 있는데, 강제로 종료하고 난 뒤 다시 접속하면 다른 메뉴가 뜨는게 아니라 강제 종료한 게임이 종료하기 전까진 그 게임에 바로 참여할 수 있는 버튼만 보이게 된다. 그래서 종료한 게임에 다시 참석하도록 유도하는 게 눈여겨볼 만 하다. 하지만, 아쉬운건 어떻게든 불이익을 줘야 하는데 그런 게 없다는 게 아쉽다. 이렇게 해서 강제 종료를 시스템으로 줄일 수 있을까 걱정이 되기도 한다.

유료화 모델을 보면 너무 관대하지 않은가 생각된다. 지금까지 나온 챔피언이 50가지 정도 되는데, 챔피언을 게임 머니(IP)나 현금(RP)으로 살 수 있다. 여기까진 문제가 없다. 문제는 기간 한정이 아니라 기간 무제한으로 판다는 것. 나 같으면 기간 한정으로 팔아서 계속 게임 머니를 소비하게 만들 텐데, 기간 무제한으로 주다니 너무 관대한 거 아닌가 싶다.안에 어떤 전략이 있는지 모르겠으나 아마 이렇게 생각한 게 아닐까 싶다. 챔피언 하나만 지겨워서 계속하지는 못할 거다. 다른캐릭터로 바꿀텐데 이러면 그 캐릭터에 맞게 룬 같은 걸 새로 맞춰야 하니 게임 머니를 추가로 쓰게 된다. 이렇게 캐릭터를 바꾸는동안 계속 돈을 소비하게 하는 게 개발자가 예상하는 시나리오가 아닐까 한다. 챔피언을 기간 무제한으로 파는 건 유저가 더 게임 머니나 현금을 쓰게 할 수 있는데 이걸 포기한 실패한 정책이 아닐까 생각한다. 사실 다른 챔피언을 꽁꽁 숨겨두고 하나도 제공 안 하는 게 아니라 맛보고 지르라고 매주 무료 챔피언을 바꿔가면 제공하고 있기 때문에 기간 한정으로 해도 가능할 텐데, 아쉽다. 유저가 맛보고 지르도록 유도하는 무료 챔피언은 좋은 정책이다.

인터넷 예절 얘기 나올 때, 우리나라만 개판인 걸로 착각하는 투로 얘기하는데, 아니더라. 이건 전 세계가 고민해야 하는 문제. 참 양초딩들이 많아서 영어 욕도 배워야 하겠다는 생각이 절로 들더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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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직 100판도 못 채웠다. 초보 티를 이제 막 벗은 상태. 그래도 최근 경기 중에 가장 잘한 경기. 20킬 8어시 2데스.이렇게 잘 될 때는 기록이 좋지만 안 될 때는 완전 팀에 짐만 되기도 한다. 만렙인 30 레벨을 채울 때까지 하면 더 느끼는점도 있겠지만 해야 할 게임이 쌓인 관계로 여기까지만 해야겠다. (가끔 한 판씩은 하겠지.)

국내 유저도 늘고 있어서 게임 웹진에 리뷰가 꼭 한개씩은 있다.

챔피언 메뉴얼은 http://www.leagueoflegends-wiki.com/lol/champions에 잘 돼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