레드 데드 리뎀션 (Rockstar, Xbox 360, 2010) 플레이 후기

1 minute read

GTA로 유명한 락스타가 이번엔 서부액션을 만들었다. GTA는 배경이 현대라서 범죄 미션을 하면서 총질을 하면 찝찝함이 남는데, 레드 데드 리뎀션은 배경이 서부 시대잖아. 그것도 무법천지인 서부 시대. 시대 배경이 이렇다 보니 총질에 죄책감이 덜하다. 하다 보니 참 이번에 배경을 서부 시대로 만든 것은 기막힌 선택. 락스타가 가장 잘할 수 있는 기술하고 딱 맞아떨어진다. GTA처럼 비난하는 사람도 적을 테고.

nil

말을 타고 탁 트인 거친 들판을 달리는 기분이 일품이다. 이런 경험을 플레이어에게 주기 위해 필요한 기술들은 락스타 장기. 오픈 월드 기술은 락스타 게임이면 당연하게 느껴져서 패스. NDSL에서도 당연하다는 듯이 GTA 차이나타운 워즈로 오픈 월드를 보여 줄 정도니깐. 건물이 별로 없는 거친 들판이라서 시간에 따라 배경이 급격히 바뀐다. 황야 느낌을 제대로 살린 환경 렌더링도 참 훌륭했다. 하지만, 공격적인 LOD(Level Of Detail) 사용으로 디테일이 팍팍 튀는 현상과 카메라 각도에 따라 알리아싱(Aliasing)이 많이 보여 이 부분은 좀 아쉽다. 하드웨어 성능을 쥐어짜서 만든 느낌이라 이런 문제들은 다음 엑스박스 360 다음 세대가 나와야지 없어질 것 같다.

nil

서부 시대에 말을 빼놓을 수 없지. 달릴 때, 말 근육 표현이 특히 좋았다. 관련 자료를 찾지 못해 접혔을 때 말 근육을 모양을 저장한 wrinkle map과 평상시 노멀 맵을 애니메이션에서 적절히 보간해서 표현한 걸로 추측. 자잘하지만 없으면 불편한 기능도 이번에 추가해서 플레이하기가 편했다. 특히 하나만 꼽자면 NPC와 속도를 맞춰주는 기능. 속도가 맞지 않아 NPC를 따라갈 때, 답답한 경험을 많이 했다. 속도를 맞춰서 달리는 기능이 있으니 정말 NPC와 동행하는 느낌도 들고 속도에 따로 신경을 안 써줘도 되니 편했다.

이하 스포일러 포함.

정말 플레이하면서 확 달라졌다고 느낀 건 다름 아닌 스토리. 사실 GTA 시리즈에서 스토리가 뭐 별개 있었나? 맨날 이용만 당하고 마지막에 원흉을 처리하고 끝. 뭐 이런 스토리가 대부분이었다. 사실 플레이어도 스토리를 안 바라고. 하지만, 레드 데드 리뎀션은 정말 잘 만든 서부 영화를 한 편 본 느낌이 난다. 비극으로 끝나고 존 무덤을 바라보고 있는 잭을 보여주며, 락스타는 이렇게 말했다. ’우리가 사실 스토리에 투자를 별로 안 해서 그렇지 조금만 하면 이 정도라고.’

마지막 미션을 끝내면 음악이 나오고 지도 위에 집이 나오는데, 와… 정말 힘들 일이 다 끝나고 집으로 달려가는 느낌이 났다. 길 옆에 풀이 보여도 멈추고 뜯을 생각이 안 난다. 세차게 A 키만 누를 뿐. 마지막이고 이제 끝났을 줄 알았는데, 그게 아니었다. 평화롭지만 따분한 퀘스트들이 시작. 뭐~ 소를 몰고 아들 잭에게 사냥 같은 거 가르쳐 주고 뭐 이런 퀘스트. 그리고 시작되는 마지막 퀘스트. 그리고 잭으로 할 수 있는 진짜 마지막 퀘스트.

크~ 끝내고 난 뒤, 여운 때문에 하염없이 올라가는 스탭롤을 멍하게 보고 있었다. 스탭롤 정말 대단하다. 내 여운보다 더 기네. 여운을 다 즐기고 꺼버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