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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에 아파트가 있고 대기업에서 높은 연봉을 받는 김부장. 많은 경험을 한 어른으로 세상을 해석하는 자기만의 철학이 있을 것 같지만 세상 물정을 너무나 모른다. 회사밖에 몰라서 그렇다. 아니 어쩌면 회사밖에 몰라서 부장이 됐는지도 모르겠다.

꼰대는 다른 사람의 말을 듣지 않는다. 자신의 빅데이터 구축이 끝났다고 생각한다. 꼰대는 질문도 안 한다. 다 알고 있다고 생각한다. 질문처럼 보이지만 실은 대답을 다 생각해 놓고 상대에게 잠시 턴을 넘겨줬을 뿐이다. 이런 김부장이 점점 변하는 모습을 보여준다. 듣는 게 중요한 것 같다. 자신의 빅데이터가 얼마나 초라한지 알게 돼야 귀를 열기 시작한다.

가장의 권위는 가족 생계유지의 병목(bottleneck)을 바탕으로 만들어지는 걸까? 김부장은 돈은 자기가 벌 테니 아내는 내조나 하고 아들은 공부나 열심히 하라고 한다. 혼자서 책임질 능력이 되면 좋겠지만 그게 안 된다면 가족과 상의하고 대책을 마련해야 한다. 가장에게 혼자 벌어서 가족 생계를 유지하는 책임이 있는 게 아니라 가족을 리드하는 책임이 있다고 생각한다.

어쩌다 대리기사에게 퇴짜 맞은 잘나가는 후배 부장의 차를 운전해서 바래다준다. 후배가 대리 기사에게 줬을 법한 돈을 내민다. 집에 갈 때 택시라도 타고 가라고 전해준 것일 수도 있고. 돈을 이전처럼 벌지 못하는 사정을 아니깐 동정이 섞인 돈일 수도 있고. 서먹한 관계라 그냥 고맙다는 말로 표현하면 안 될 것 같아서 준 것일 수도 있다.

후배가 내민 10만 원에서 김부장이 5만원만 가져가며 얘기한다. 오늘 내가 이 정도 일은 해준 것 같다. 가장 마음에 드는 장면이다. 김부장은 체면에서 벗어났다. 비굴해지지 않고 값어치를 자신이 정하면서 당당해졌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