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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4년 회고에 쓴 것처럼 2024년에 나를 가장 많이 바꾼 건 복싱이었다. 몸무게가 줄고 체력이 좋아졌다. 아침 일찍 운동으로 시작하는 루틴이 주는 각성 효과와 뿌듯함이 하루의 밀도를 더 높여줬다.

운동은 코치가 중요하다

코치가 중간에 한 번 바뀌었다. 코치가 바뀌고 복싱의 재미가 붙었다. 이전 코치가 실력도 그렇고 잘 가르쳐주지도 않아서 더 괜찮은 체육관을 찾으면 그만두려고 1개월씩 체육관 등록을 하던 차였다.

스스로 운동할 수 있는 루틴도 많이 손봐주고 같은 시간대 관원들과 같이 체력 훈련하는 시간도 많이 늘렸다. 미트를 치면서 점점 실력이 좋아지는 것을 느낄 수 있었다. 스파링도 많이 하게 되고 매일 맨손 훈련 시간도 가졌다.

운동을 가르쳐주는 코치가 정말 중요하다는 걸 느꼈다. 코치가 바뀌고 만족해서 3개월 결제했다.

운동 루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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회사 근처 체육관을 다녔다. 자전거를 타고 출근해 회사에서 운동용품이 들어있는 가방을 들고 체육관으로 간다. 운동은 7시 30분 언저리부터 시작했다. 복싱 경기 라운드 시간과 쉬는 시간에 맞춰서 운동한다. 한 라운드는 3분이고 쉬는 시간은 30초다. 체육관에서 1시간 30분 정도 운동한다.

  1. 줄넘기 3 라운드
  2. 섀도 복싱 3~7 라운드
    • 스탭, 무빙, 잽, 투, 원투, 훅, 어퍼, 바디, 링 위에서 종합 섀도
    • 스탭과 무빙은 필수적으로 하고 다른 건 번갈아 가면서 한다
  3. 샌드백 3 라운드
    • 가끔 다른 관원들과 강하게 20초 가볍게 20초를 번갈아 치는 파워 샌드백 훈련도 했다
  4. 단체 운동
    • 상체와 하체를 번갈아 가면서 한다
    • 상체
      • 버피 20, 푸시업 20, 러닝펀치 20초, 다이아몬드 푸시업 20
      • 러닝 펀치 혹은 마운틴 클라이머
      • 니탭, 스파이더 등 푸시업을 다양하게 바꿔가면서
    • 하체
      • 버피 20, 스쿼트 20, 러닝펀치 20초, 점프 스쿼트 20
      • 러닝 펀치 혹은 마운틴 클라이머
      • 스쿼트 혹은 런지
    • 복근
    • 플랭크 혹은 할로우바디
  5. 미트 훈련 - 일주일에 2번 정도
  6. 스파링 - 일주일에 1번 정도

운동 장비

3개월을 등록하니 샌드백을 칠 때 사용할 노바 466 백장갑과 손에 감는 핸드랩을 줘서 운동화만 가져가면 된다. 예전에 달리기할 때 신던 아디다스 울트라부스트 20를 가져갔다. 줄넘기 줄 조절을 매번 하기 귀찮아서 집에 있던 줄넘기도 들고 갔다. 직장인들이 많아서 그런지 체육관에 체육복이 있어서 운동할 때 입는 옷 걱정을 하지 않아도 됐다.

락카 대여비를 매달 만 원씩 내고 있었는데, 크기가 작아서 마음에 안 든다. 자전거를 타고 바로 체육관으로 가면 회사에서 입을 옷을 가방에 넣고 출근해야 한다. 체육관이 회사에서 멀지 않아서 체육관에 갈 때 들고 다닐 UA 컨테인 듀오 스몰 백팩 더플을 샀다.

파펜 마우스피스는 스파링에 필요해서 샀다. 처음 마우스피스를 끼고 스파링할 때 숨이 너무 차서 마우스피스를 뱉고 싶었던 기억이 난다. 정권이 아파서 링사이드코리아 튜브형 복싱 겔가드를 사용했다.

마지막으로 샀던 장비는 헤비히터 복싱글러브 H3다. 노바 466 백장갑이 망가질 정도로 열심히 운동해서 새로운 복싱글러브를 사서 뿌듯했다.

스파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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보호 장구를 끼고 16온스 글러브를 사용한다. 내 체중이 14온스 혹은 16온스 글러브를 고르는 경계선이라서 16온스를 끼면 좀 억울하단 생각을 했다. 스파링을 많이 한 게 아니라서 스파링용 개인 장비를 사지는 않았다. 아마 산다면 땀 냄새가 많이 나는 공용 헤드기어를 쓰는 게 싫어서 헤드기어를 가장 먼저 살 것 같다.

약점을 보완하는 게 스파링이라서 강도를 조절해서 한다. 가드가 내려가는 걸 백날 지적해야 소용없다. 몇 번 가드가 내려가서 맞아보면서 조금씩 고쳐지는 것 같다. 약점을 보완하는 데 스파링이 좋은 이유다. 시합이 아니라 훈련이라서 강도를 조절한다. 30% 정도로 힘을 뺀다고 의식해야 50% 정도가 나오는 것 같다.

스파링하면 체력이 얼마나 중요한지 알게 된다. 아무리 기술이 좋아도 움직일 체력이 남지 않으면 절망감이 찾아온다. 축구에서는 한 골 먹으면 되지만 스파링에서는 맞아야 한다. 체력이 다 떨어진 걸 알면 상대도 알게 된다. 그때부터는 툭툭 건드는 수준으로 패지만 맞는 처지에서는 무기력함이 어떤 건지 맞으면서 느끼게 된다.

같이 운동하는 시간대에 관원들과 스파링할 때는 서로 강도 조절이 잘 되는 것 같은데, 다른 시간대에 운동하는 관원과 스파링할 때나 낯선 관원과 할 때는 강도가 세지는 것 같았다. 상대방의 파워에 대해 잘 모르기도 하고 상대가 조절하고 있다는 믿음이 부족해서인 것 같다. 덕구온천에 놀러 가기 전에 잘 모르는 관원과 좀 격하게 스파링을 했는지 목과 허리가 뻐근했던 걸로 기억한다. 온천물로 잘 치유했다.

처음에는 시합도 나가볼까 하면서 불태웠던 기억이 난다. 하지만 점점 몸을 사리고 싶었다. 다치지 않고 오래 운동하는 게 최고다. 갈비뼈를 맞고 2~3주 고생하는 동료 관원을 보며 바디를 잘 치는 관원과 스파링하면 나도 저렇게 될 수도 있다. 그때쯤이었나? 정권에 데미지가 쌓여 아파서 겔가드를 샀다. 건강하자고 하는 운동인데 다쳐가며 하기는 싫다고 생각했다.

머리에 대미지가 쌓이는 걸 피하고 싶어서 코치와 상담했다. 이후엔 공방을 주로 연습하는 매스 스파링 위주로 했는데, 대미지 걱정을 덜 할 수 있어서 스파링에 대한 부담이 많이 줄었다.

충돌 증후군

대미지 쌓일까 걱정하고 몸을 사린다고 했지만 결국 다쳤다. 맞아서 다친 게 아니라 때리면서 다친 거라 탓할 사람도 없다. 오른쪽 어깨 통증이 느껴져서 정형외과에 갔더니 충돌 증후군으로 회전근개 염증이 생겼다고 한다. 초음파를 보면서 근육 설명도 듣고 주사를 놓는 장면도 실시간으로 구경했다.

속상하다. 다치니깐 복싱하기 싫어졌다. 치료가 우선이다. 어깨 컨디션이 다시 다 돌아오면 생각해 봐야겠다.

마치며

혼자서도 충분히 기술을 익히며 운동할 수 있다는 게 복싱의 큰 매력이다. 상대가 있어야 연습할 수 있는 주짓수와 다른 점이다. 그래서 수업 시간이 칼같이 정해져 있지 않고 자유롭게 가서 운동한다. 그래서 아침 7시부터 체육관 문을 열 수 있는 것 같다.

격투 종목을 배우면 일대일에 대한 자신감이 생길 것 같지만 약해 보이는 사람에게 된통 당하면 더 겸손해진다. 1년 남짓 직장인 운동 정도로는 여전히 법의 보호를 받아야 하는 일반인일 뿐이다. 재미있어서 운동 시간을 늘릴 수 있고 그게 체력 향상으로 이어지는 게 가장 큰 수확이다.

회전근개 때문에 복싱을 쉬니깐 그동안 쌓은 루틴이 아깝다. 아침에 달릴까? 달리고 집으로 와 간단히 샤워하고 자전거를 타고 출근하려던 내게 아내가 말했다. “그냥 회사까지 뛰어가면 되잖아.”

뛰어서 출근하는 걸 시작했다. 달리기는 어깨에 부담을 안 줘서 어깨가 나을 때까지는 이렇게 운동하면 되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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