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의 해방일지 (JTBC, 2022) 감상문
나의 해방일지? 드라마 제목에서 호기심이 생긴다. 무엇으로부터 해방하고자 하는 걸까?
우리 진짜로 하는 건 어때요? 해방클럽. 전 해방을 하고 싶어요. 해방되고 싶어요. 어디에 갇혔는지는 모르겠는데, 꼭 갇힌 것 같아요. 속 시원한 게 하나도 없어요. 갑갑하고, 답답하고, 뚫고 나갔으면 좋겠어요.
지루하고 똑같은 일상. 그대로 똑같이 살다가 죽을 것 같은 불안함을 느낀다. 무언가를 배우기 위해서는 뭘 모르는지 알아야 한다. 갇힌 것 같은 기분이 든다면? 무엇에 갇혔는지를 알아야 한다. 내가 어떤 것으로부터 해방되려면 어떤 것에 갇혀있는지를 알아야 한다.
진짜 해방클럽이라는 사내 동호회를 만든다. 그리고 다들 어디에서 해방되고 싶은지를 생각하고 얘기한다. 감정을 활자로 담아내는 순간부터 해방이 시작되는 게 아닐까하는 생각이 들었다. 아니 해방까지는 아니더라도 해방의 시작은 될 수 있겠다. 자신을 객관적으로 보는 것 같은 나레이션이 많이 나온다. 멋지다고 생각했다. 나는 좀처럼 나 자신을 객관적으로 보지 못한다. 드라마라서 그럴까 아니면 실제 저렇게 자신을 객관적으로 보고 그걸 적어보거나 말하는 사람이 있는지 궁금해졌다.
염: 왜 매일 술 마셔요?
구: 아니면 뭐 해?
염: 할 일 줘요? 술 말고 할 일 줘요? 날 추앙해요. 난 한 번도 채워진 적이 없어. X새끼, X새끼… 내가 만났던 놈들은 다 X새끼. 그러니까 날 추앙해요. 가득 채워지게. 조금 있으면 겨울이에요. 겨울이 오면 살아 있는 건 아무것도 없어요. 그렇게 앉아서 보고 있을 것도 없어요. 공장에 일도 없고, 낮부터 마시면서 쓰레기 같은 기분 견디는 거, 지옥 같을 거예요. 당신은 무슨 일이든 해야 돼요. 난 한 번은 채워지고 싶어. 그러니까 날 추앙해요. 사랑으론 안 돼. 추앙해요.
구: 확실해? 봄이 오면 너도 나도 다른사람 되어 있는 거?
염: 확실해.
구: 추앙은 어떻게 하는 건데?
염: 응원하는 거. 넌 뭐든 할 수 있다. 뭐든 된다. 응원하는 거.
구: 나한텐 잘만 붉히네.
염: 넌. 날 좋아하니까.
좋아하는 사람 앞에선 뭔 짓을 못 해. 그러니까 넌 이런 등신 같은 날 추앙해서 자뻑에 빠질 정도로 자신감 만땅 충전돼서 그놈한테 눈 하나 깜짝 안 하고 야무지게 할 말 다할 수 있게 그런 사람으로 만들어 놓으라고. 누가 알까 조마조마하지 않고 다 까발려져도 눈치 안 보고 살 수 있게. 날 추앙하라고.
나왔다. 추앙. 드라마를 늦게 봤다. 이 장면이 유명해서인지 드라마를 보기 전에 클립으로 본 적이 있다. 누군가의 전폭적인 지지를 받는 건 사람을 변하게 한다. 자신감을 생기게 할지도 모른다. 자신감은 환경을 해석하는 능력을 달라지게 한다. 무언가로부터 해방되는 걸 원하는 게 아닐지도 모른다. 그저 그런 존재로부터 해방일지도 모르겠다고 생각했다.
후반부는 지겨웠다. 구씨가 마음을 열기 시작한다. 이제 과거가 발목을 잡을 타이밍이다. 도박 플래그, 조폭 플래그, 알콜중독 플래그가 세워지면 이후 이야기 전개가 예상된다. 그나저나 구씨는 술을 그렇게 많이 먹는데도 저렇게 잘 싸우네. 무슨 취권이냐. MMORPG에 전투가 있듯이 드라마에서 극적인 전개를 끌어내려면 저런 플래그가 필요하겠지. 이해하자.
염미정이 변하는 모습을 보면 나도 변하는 것 같아서 기분이 좋아진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