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언제 한번 꼭 가봐야지 하면서 미루던 서울 경마 공원에 갔다 왔다. 공원 입구부터 심상치 않았다. 경마 정보지들을 파는 상인들이 보였는데, 정보지들 종류가 어림잡아 10가지는 넘어 보였다. 아는 게 없지만, 경마에 대한 분위기를 알고 싶어서 1000원을 주고 샀다. 그날 출전하는 말과 기수들의 정보와 이쪽 세계 전문가가 쓴 우승말 후보 등이 빽빽하게 쓰여 있었다. 말의 최근 치료 이력까지 나오더라. 이쪽도 정보 전쟁이구만!

수용 인원을 넉넉하게 잡아서인지 사람들이 많았는데 어깨 부딪힐 일이 없었다. 참 널찍하니 마음에 들었다. 항상 이런지는 모르겠고 여름이란 날씨가 한 몫 하지 않았을까? 실내에서만 금연이라서 관람석에서 담배 피우는 사람들이 많았다. 하긴 경마장에서 담배라… 어울려…

최소 100원에서 10만 원까지 배팅할 수 있다. 단승식, 복승식… 이런 용어들이 나오는데 미리 좀 공부하고 올걸 후회가 되더라. 초보자 가이드가 안에 있으면 좋으련만 없어서 가장 확실히 아는 단승식에만 배팅했다. 1등 말을 맞추는 게 단승식이다. 갔다와서 구글링을 해보니 경마 초보자에게는 단승식과 연승식이 가장 적중률이 높다고 하는 거 보니 역시 단순한 게 초보자에겐 제격인 거 같다. 경마 정보지에서 “성격이 칼칼하나 걷는건 무난해 보인다”라고 하는 챠밍걸에게 걸었다. 성격이 칼칼한 게 맘에 들었다고나 할까? 뭐 3등으로 와서 돈은 날렸지만 내가 걸었던 녀석 중에 최고의 성적이었다…

경마장 전체 분위기는 양극단인 것 같다. 나처럼 500원씩 베팅하면서 재미로 보는 사람들이 있고 그보다 더 큰 액수로 도박과 재미의 중간에서 왔다갔다하는 사람들도 있었다. “이 XX 내가 돈 뽑아오라고 시켰더니 튀꼈나?” 뭐 이런 소리도 들리고 말야.

경마장에서 느낄 수 있는 가장 큰 재미는 말들이 도착 지점에 가까이 올 때다. 사람들이 일어서고 자기가 배팅한 말을 응원하는데 내가 응원하는 말이 미친 듯이 뛰어 순위가 뒤집힐 때 저절로 소리가 나오더라. 흐흐 멀리서 들으면 말이 이제 들어왔는지 소리만 듣고 알 수 있을 정도이다. 확실히 100원이라도 베팅하면 경마를 보는 재미가 있다.

저렴하게(6번 배팅하고 3000원을 썼다) 놀 수 있었고 재미있었다. 가을에 다시 한번 가볼 예정.