핑퐁 (박민규, 2006) 독후감

less than 1 minute read

그래서 좋다고도, 나쁘다고도 할 수 없는 곳이야. 누군가 사십만의 유태인을 학살하면 또 누군가가 멸종위기에 처한 혹등고래를 보살피는 거야. 누군가는 페놀이 함유된 폐수를 방류하는데, 또 누군가는 일정 헥타르 이상의 자연림을 보존하는 거지. 이를테면 11:10의 듀스포인트에서 11:11, 그리고 11:12가 되나보다 하는 순간 다시 12:12로 균형을 이뤄버리는 거야. 그건 그야말로 지루한 관전이었어. 지금 이 세계의 포인트는 어떤 상탠지 아니? 1738345792629921:1738345792629920, 어김없이 듀스포인트야. - p.118

탁구의 랠리는 우리가 하는 대화와 같다. “핑” 내가 말과 함께 공을 넘기면 “퐁” 상대방이 대답과 함께 공을 넘긴다. 핑퐁핑퐁핑퐁. 처음부터 랠리를 할 수 있는 건 아니다. 랠리에 필요한 최소한의 기술들을 익혀야만 한다. 대화하는 방법을 모른 채 내버려진 왕따들은 어쩜 이런 최소한의 기술들을 익히는 기회조차 박탈당한 것은 아닐까?

세상을 이끌어 가는 2%의 인간이 아니라 그들로부터 처절하게 느껴질 정도로 착취를 당하는 왕따 모아이와 못은 지구의 운명을 걸고 탁구를 친다. 이대로 인류를 존속시킬 것인지, 아니면 언인스톨 시킬 것인지. 진짜 세상을 이끌어 가는 것은 2%의 인간이 아니라는 것 처럼…

왕따 2명이서 지구의 운명을 걸고 탁구를 친다는 무시무시한 이야기. 핑퐁핑퐁

Update <2017-08-06 Sun> 사진 교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