라프 코스터의 재미이론 (라프 코스터, 2005) 독후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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울티마 온라인 리드 디자이너(외국에는 기획자보다는 디자이너라는 말을 사용)였고 스타워즈 갤럭시, 에버퀘스트 개발에 참여한 짱짱한 아저씨가 쓴 책이다. 게임 그리고 재미에 대해 고민한 흔적이 고스란히 보이는 책이다. 분명한 철학도 가지고 있고 말이다. 재미이론인데 재미없게 썼으면 우짜나. 걱정할 필요 없다. 재미있게 재미 이론을 설명하니깐.

재미이론. 당연히 게임에서 느낄 수 있는 재미에 대한 이야기다 보니 게임에 대한 이야기가 많다. 게임이란 무엇인가? 재미란 무엇인가? 이런 질문에 대한 답에 그치는 게 아니라 게임이 나아가야 할 방향까지 이야기한다.

그림이 많다고 책 난이도를 얕잡아 보면 안된다. 진지하게 생각할 거리가 무척 많은 책이다. 영화가 이제는 시원한 듯이 다 넘기는 섹스, 폭력에 대한 윤리적 책임 문제부터 시작해서 게임이 다른 매체처럼 예술을 포용할 수 있는지까지 게임 업계에 종사한다면 생각해 볼만한 주제들도 뚜렷한 주관을 가지고 이야기하고 있다.

어렵다. 어렴풋이 정리가 되지만 이 책에서 다루는 모든 주제에 대한 내 생각이 명확하지 않다. 몇 년이 지난 다음 다시 이 책을 읽어볼 생각이다. 그땐 내 생각이 명확히 정리되어 비교하면서 이 책을 읽을 수 있을까?

인상 깊은 구절들을 모아봤다.

  • 게임은 인식에 대한 것이며, 패턴을 분석하는 것을 배우는 것이다.
  • 게임의 재미는 숙달로부터 온다. 숙달은 이해로부터 온다. 게임을 재미있게 하는 것은 퍼즐을 푸는 행위 그 자체이다.
  • 게임은 선생님이다. 재미는 학습의 또 다른 표현일 뿐이다.
  • 게임의 목적은 사람들이 다양한 변형을 꿰뚫고 그 속에 있는 기본 패턴을 파악하도록 하는 것이다. 따라서, 게이머들은 허구를 무시하는 데 매우 능숙하다.
  • ’재미’는 문제를 정신적으로 정복하는 행위이다. ’심미적 감상’이 항상 재미있는 것은 아니지만, 유쾌한 것은 분명하다. ’본능적 반응은 일반적으로 신체적인 특성이며, 주어진 문제를 물리적으로 정복하는 것과 관계가 있다. ’다양한 사회적 위치 책략’은 사람들이 공동체에서 갖는 스스로의 위상과 사회적 위치에 대해 생각하게 하는 내재적 동기이다.
  • 예측 불가능한 요소와 학습 경험을 묶어 위험이 전혀 없는 하나의 공간과 시간 속으로 옮겨 놓은 것이 바로 게임이다.
  • 게임의 운명은 점점 재미있어지는 것이 아니라 점점 지루해지는 것이다. 지루해지기 전에 게임이 가르치고자 하는 모든 것을 가르쳐야 한다.
  • 게임을 분석하는 것은 게임 내의 패턴을 집어내는 것으로, 게임을 하는 또 하나의 방법일 뿐이다.
  • 다음의 원칙을 따르는 ’인상주의 게임’이 존재할 수 있을까? - 시각적으로 명확히 묘사하지 않음으로써 원하는 사물을 묘사한다. - 소극적 공간이 주제의 형태보다 중요하다. - 다채로운 반복이 이해의 축이 된다. <지뢰찾기>가 바로 그런 게임이다.
  • 살인 시뮬레이터, 여성 비하, 전통적인 가치 기반을 흔드는 게임 등을 둘러싼 윤리성의 문제는 ’게임 그 자체’를 겨냥하고 있지 않다. 겨냥의 대상이 되는 것은 바로 게임의 ’허구적 장식’이다.
  • 게임이 진정으로 제 역할을 다하기 위해서는 인간에 대한 통찰을 제공해야 한다.
  • 섹스와 폭력을 모두 배제한다면, 아마 볼 만한 영화, 책, TV 프로그램이 거의 없을 것이다. 문제는 섹스와 폭력이 너무 많다는 것이 아니라, 섹스와 폭력이 ’천박하게’ 표현된다는 것이다.
  • 게임이 예술의 형태로 성숙되는 지점은 어디일까. 그것은 아마도 우리가 만드는 게임이 다른 예술이 갖고 있는 퍼즐의 복잡성에 접근하는 지점일 것이다.
  • 그리고는 스스로에게 속삭일 것이다. “나는 사람들을 연결한다.” “나는 가르친다.” 할아버지, 듣고 계세요? 저는 게임을 만드는 일이 자랑스럽습니다.
  • 게임은 나쁜 도구인가? 혹은 좋은 도구인가? 게임은 잘 해봐야 천박한 물건인가, 아니면 잘못해서 천박해진 것일까?
  • 만일 게임을 ’그냥 게임일 뿐’이라고 생각한다면 파스칼의 내기를 상기하라.
  • 게임 디자이너들이 직면하는 도전은 “어떻게 하면 정답이 하나가 아닌 게임을 만들어낼 수 있는가”하는 것이다.
  • 게임은 존중 받을 가치가 있다. 게임의 제작자로써 우리는 게임을 존중하고 그 잠재력에 합당한 대우를 해야 한다. 그리고 다른 모든 사람들도 게임을 존중하고 게임이 해 낼 수 있고 해 내야만 하는 일을 실현할 수 있도록 기회를 주어야 한다. 우리는 존경 받을 만한 일을 하고 있다.

Update <2017-08-14 Mon> 표지 사진 교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