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한민국 불공정 경제학 / 김진철 - 공정한 경제기사는 예전에 끝났어. 돈 때문에 하는 거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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왜 그대로 믿으면 안 되는가? 경제기사가 가진 비밀을 낱낱이 알려준다.

‘편집회의가 아니라 광고 전략회의’라는 농담 아닌 농담을 할 수밖에 없는 여러 경제기자의 속내와 경제기사의 이면을 꿰뚫어 봐야 진짜 경제를 알 수 있다. -p50

권력으로 돈이 몰리는 시대는, 돈이 권력을 만드는 세상으로 급속히 변화해 갔고, 언론 역시 여기에 발을 맞춰갔다. 정치권력이 나눠주는 ‘콩고물’을 크게 기대하기 어려워졌기 때문에 직접 기업들과의 거래를 트는 일이 긴요해졌다. -p262

왜 경제기사가 많아지는가? 의문이 풀렸다. 예전처럼 정치권력이 ‘콩고물’을 후하게 나눠주지도 않는다. 다른 미디어에 밀려 입지가 좁아지고 있다. 광고 수입도 줄어든다. 어떻게 해야 이 상황을 극복할 수 있나? 그래. 기업에 삥을 직접 뜯으면 되겠구나. 경제기사 양을 늘린다. 이걸로 협박도 하고 광고도 한다.

미디어라는 사회적 역할을 수행하면서 동시에 기업으로서 이윤을 창출한다는 것은 크게 보면 모순적이다. 특정 개인이나 집단의 이익을 중시하면서 동시에 사회 전체의 이익을 위한 언론행위를 한다는 것은 딜레마라는 것이다. -p252

협동조합언론이 해결책이 될 수 있지 않을까?

신문이 망해가고 있는 것을 신문만 모르는 것 같다. 신문산업의 몰락은 뉴미디어의 급성장 때문이 아니다. 스스로 신뢰를 돈과 권력으로 맞바꿨기 때문이다. 특히 경제 기사가 여기에 중요한 구실을 하고 있다. -p301

신문을 믿지 않는 내가 봤을 땐, 큰 한방이 없으면 돌이킬 수 없는 지경까지 온 것 같다. 신문을 믿지 않는 독자. 광고만 쥐여주면 불리한 기사를 내리는 신문을 만만하게 보는 기업. 뭐. 거의 다 왔지.

마지막 한 방이 남았다. 광고를 낸 거 보니 이 기업이 부정적인 기사를 숨기려고 했나 보군. 광고를 독자가 이런 시선으로 바라본다면? 그리고 이게 일반적인 시선이 된다면? 여기까지 오면 신문은 유서를 써야 한다. 이 상황까지 오면 어느 미친 기업이 광고를 내겠는가? 그리고 이때 부정적인 기사를 쓰면 뭘 해? 그걸 믿어주고 읽어주는 독자가 과연 존재할까?

신문의 변화를 기대하기 어려우므로 독자들이 적극적인 경제기사 독법을 통해 스스로 제 처지를 알고 자신의 권리와 이익을 찾아야 한다. 독자들로선 스스로 분발하는 수밖에 없다. -p154

기업 입장에서 쓴 경제기사투성이지만 많은 정보를 원한다면 읽어야 한다. 적극적인 자세로 거짓에 홀리지 않게 주의하며 까칠한 시선으로 읽어야 한다.

식수는 없고 오염된 물 뿐이라면 스스로 정화해서 먹을 수 밖에 없다.

신문, 방송이 가진 권위를 깨는데 많은 시간이 걸렸다. 얼마 전만 하더라도 뉴스에서 하는 말이 다 진실인 줄 알았던 호갱이었다. 것 참. 이 책에서도 신문이 가진 선입견을 깨려고 수차례 얘기한다. 경제기사는 기업 이익을 대변한다고. 공정하지 않다고. 계속 비슷한 논조라 뒤에 가면 지루하게 느껴진다. 하지만 저자는 정말 이 선입견을 깨는 게 중요하다고 생각했나 보다. 지루했지만 나 또한 거기엔 동의한다.

  • 인간다운 나의 생존을 위해서도 소비자들도 이젠 경제를 알아야 한다. 내가 잘살겠다는 이기적 이유에서뿐 아니라 내 가족, 내 이웃이 모두 행복하게 잘살기 위해서도 경제에 대한 안목을 키워야 한다. -p14
  • 경제기사를 읽는 독자들의 가장 큰 착각은 경제기사를 쓰는 기자가 해당 분야의 전문가라고 생각하는 것이다. -p33
  • 결국 경제기사 읽기는, 무엇을 어떻게 읽을 것인가가 핵심적인 문제다. 물론 이를 위해선 가장 근본적으로 경제기사에 숨어 있는 함정과 거짓, 유혹과 속임수가 무엇인지, 어떻게 이런 것들이 만들어졌는지를 아는 게 우선이다. 제대로 된 진단 없이는 치료가 불가능한 것과 같은 이치다. -p52
  • 특정 현상을 숫자로 바꾸는 순간 그 안에 숨어 있는 다양한 변수들은 모두 생략되어버린다. 차가운 숫자의 이면에 있는 함정에 인간적 가치들은 묻혀버리고 범람하는 숫자 속에는 오류와 음모가 도사리고 있다. -p58
  • 독자들은 경제기사에 돈 되는 정보가 담겨 있다고 여기기 쉽지만 실은 경제 기득권 세력의 논리 그 자체인 경우가 많다. 소수 기득권층의 이해를 그대로 대변하기 때문에 이런 관성이 굳어지다 보면 스스로 노동자이자 서민인 경제기자들조차 자신이 소수 기득권층이라도 되는 양 그들의 이익을 대변하는 일을 도맡게 된다. -p105
  • 경제논리가 정치논리를 넘어선 지도 오래다. 경제가 돌아가는 논리를 모르고서는 세상을 알 수 없다. 엉터리 같은 재테크 책 한 권을 읽는 것보다 경제기사를 꾸준히 곁에 두고 읽는 게 더 중요하고 유용한 이유다. -p115
  • 자신의 계층적 정체성을 착각하는 이들이 우리 주변에는 적지 않다. 여러 가지 이유에서 착각 속에 빠져 사는 사람들이 많이 생겼겠지만, 언론이 매우 큰 영향을 끼쳤다. 대부분 언론이 실상은 제 이익 때문이지만 기업옹호 논리를 알게 모르게 설파해왔다. -p148
  • 서민들이 관심을 가져야 하는 금리는 가장 기본이 되는 1년 만기 정기예금 금리다. … 은행이 예금금리를 책정할 때 기준으로 삼는 금리가 1년 만기 정기예금 금리이기 때문이다. -p163
  • 증권사에서 애널리스트를 고용해 리포트를 내는 까닭은 … 무엇보다 주식 매매를 더욱 활발하게 하기 위해서다. 더구나 증권사들은 기업들과도 거래를 하기 때문에 거래 기업의 주식 전망을 나쁘게 내기가 어려운 측면도 있다. 적당히 감안하고 읽어야 한다. -p173
  • 부동산기사 중에서도 특히 분양기사는 절대 믿어선 안 된다. 종합 일간지와 경제신문을 불문하고 아파트 분양기사는 기사라기보다는 광고에 가깝다. -p178
  • 무엇보다 분양기사로 부동산에 대한 지식을 쌓는 것이 매우 중요하다. 부동산 분양기사와 분양 결과를 함께 놓고 판단해 보는 것도 좋은 방법이다. 독자 스스로 예상한 분양 경쟁률이 어느 정도였는지 견줘보다 보면 좋은 거주지를 보는 시각이 생길 수 있다. -p181
  • 결국 경제부를 확대하는 방식으로 광고주인 기업들을 다루는 기사를 양적으로 늘려갔고 이를 통해 기업을 적극적으로 감시 견제해 영향력을 유지하려 했으며 또는 이런 방식으로 기업을 압박해 광고를 따내는 일도 벌였다. 상당수의 경제신문과 종합일간지는 아예 해당 기업의 출입기자를 활용해 광고영업에 압력을 가하는 일도 서슴지 않는 상황이다. -p199
  • 기업 홍보팀이 기자를 스카우트하는 이유는 불을 보듯 뻔하다. 명목이야 오랜 기자 경험을 활용하겠다는 것이지만 이보다 언론계 전통이라 할 만한 기자 선후배 관계를 이용하려는 측면이 크다. -p208
  • 천문학적 규모의 돈을 동원한 재벌과 언론의 부적절한 만남은 언론의 자발적 복종이라는 훨씬 더 무시무시한 결과로 나타났다. -p282
  • 대학평가의 여러 문제점의 근본에는 언론의 상업성이 놓여 있다. 신문사들이 밝히고 있는 대학평가 목적과 달리 실제로는 대학평가 사업의 밑바탕에는 광고를 끌어모으려는 목적이 깔려 있기 때문이다. -p3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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