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제가 문제라는데, 어떤 게 정확히 문제인지 몰랐다. 내가 뭘 모르는지도 모르는 상태였다. 경제에 대해선. 공부가 필요했다. 그래서 고른 책.

그동안 정치적 권력 교체는 있었으나 경제 민주화와 민생 개혁을 이룰 경제적 측면의 정권 교체는 단 한 번도 없었다.

보고 나니 우울하다. 이렇게 곪아 있었구나. 바로 잡아야 할 것들이 한둘이 아니다. 이런 문제에 대해 제대로 인식하는 정권도 아니라 5년 동안 어떻게 버틸지 암담해진다.

공부해야 한다. 생존을 위해서. 언론까지 기득권 세력에 유리하게 경제 지표를 해석하는 탓에 언론에서 뱉는 경제 기사도 믿지 못하는 상황이기 때문이다.

얼마나 암울한지 알았다. 공부해야 하는 의욕이 생기는구먼. 다음엔 좀 더 기초적인 책을 볼 예정이다.

  • 2000년대 이후 한국 경제는 일정하게 호경기와 불경기의 경기 사이클을 반복해왔다. 하지만 대다수 서민들의 삶은 경기 사이클과는 무관하게 계속 어려웠다. 경기가 안 좋아서라기보다는 거칠게 표현하면 한국 경제의 승자독식 구조가 강화됐기 때문이다.
  • 하지만 이를 제대로 알려주는 곳은 별로 없다. 정부, 정치권, 재벌, 언론 등 거대한 기득권 세력끼리 유착 구조가 형성되어 있기 때문이다. 오히려 그들은 거꾸로 말하는 경우가 많다. 고소독자와 대기업의 세금을 깎아주면 서민도 잘살게 된다. 집값이 폭락하면 서민이 더 힘들어진다. 복지 지출을 많이 하면 경제성장을 못하게 된다. 건설업계가 무너지면 일자리가 없어진다 등등. 모두 거짓말이거나 긍정적 측면을 능가하는 부정적 측면을 애써 감추는 주장들일 뿐이다.
  • 더 큰 문제는 국민총소득 증가율이 GDP 증가율보다 지속해서 낮게 나온다는 점이다. 사실 국민총소득 증가율이 일반인에게는 훨씬 더 중요하다. 일반인이 체감하는 경기를 더 잘 설명해주기 때문이다.
  • 그런데 외환위기 이후 기업과 가계의 국민처분가능소득 비중은 거울에 반사된 이미지처럼 거의 정반대로 움직이고 있다. 법인 부문의 국민처분가능소득은 대체로 증가 일로를 걷고 있는 반면 개인 부문의 국민처분가능소득은 계속 줄고 있다.
  • 이들 수출 대기업들의 해외 진출을 두고 기득권 언론은 노동자들의 파업에 못 이겨 떠나는 ‘자본 파업’이라며 재벌에 대한 더 강한 특혜를 요구하기도 한다. 터무니없는 소리다. … 이들 기업은 기본적으로 세계적인 경쟁 구도의 변화에 대응하고 있는 것일 뿐이다.
  • 국내에서 재벌 문제를 거론하면 적잖은 이들이 “그나마 재벌 때문에 먹고사는 것 아니냐”, “재벌이 무너지면 한국 경제가 흔들리는 것 아니냐”고 반문한다. 이 같은 주장은 재벌의 광고에 목을 매는 기득권 신문이 재벌을 옹호하기 위해 만들어낸 이데올로기에 가깝다.
  • 원-달러 환율이 올라가면 바로 경상수지가 흑자를 보이고, 원-달러 환율이 내려가면 경상수지가 적자를 보이는 흐름이 확연하게 나타난다. 한국의 삼성전자나 현대자동차 등 수출 대기업이 얼마나 큰 덕을 보는지 알 수 있을 것이다. 특히 한국은 1960년대부터 지속해서 환율을 끌어올리며 수출 기업을 지원해왔다.
  • 단언컨대 한국과 같은 ‘재벌 천국’은 웬만한 선진국 어디에도 없다. 따라서 삼성 등 재벌 기업이 한국을 떠날 가능성은 없다. 걱정 붙들어 매시라. 대신 국민경제를 희생해서 재벌을 총력 지원한 탓에 고사해가는 산업 생태계와 서민 경제를 걱정하라.
  • 그 결과 부동산 가격이 뜀에 따라 일자리가 줄어들어 만성적인 실업난이 발생하고 비정규직이 양산됐다. 한마디로 땅값은 금값되었는데 사람값은 똥값 된 것이다.
  • 세계적으로 부동산시장의 주기는 보통 10~20년 정도의 장기 사이클을 그리고 대략적으로는 약 18년 정도로 수렴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이에 따라 수도권 주택 시장은 여전히 부동산 버블 붕괴의 초기 국면에 놓여 있는 것으로 보인다.
  • 즉 2000년대에는 아직 인구 변화에 따른 부동산 구매력 지수의 감소 폭이 크지 않은 데다 가계들이 빚으로 5년 치 이상의 수요를 미리 소진했기 때문에 부동산 가격이 오를 수 있었다. 하지만 이미 미래 수요를 앞당겨 써버렸기 때문에 대부분의 잠재 수요가 바닥난 상태다.
  • 한편 일부 부동산업계 인사는 부산, 경남, 대전 등 지방의 주택 가격 상승세가 수도권 주택 가격 상승세를 견인할 것이라고 주장한다. 터무니없는 주장이다. 수도권 주택의 자산 가치는 전국 주택 자산 가치의 약 4분의 3에 이른다. … 불가능에 가깝다. 꼬리가 몸통을 흔드는 격이기 때문이다.
  • 주택 공급 부족이 아니라 전세시장 안에서 ‘안전한 전세’를 중심으로 일시적인 수급 미스매치가 일어나고 있을 뿐이다.
  • 결국, 이들 아파트의 주민들은 아파트도 시간이 가면 자동차처럼 감가상각 되는 내구재라는 사실을 받아들여야 할 것이다.
  • 급격한 환율 변동은 경제의 불확실성을 높이므로 결코 긍정적으로 볼 수 없지만, 환율 변동 자체는 경기의 진폭을 줄여주는 역할을 할 수 있다. 몸에서 열이 날 때는 식혀주고 몸이 찰 때는 덥혀주는 기능을 하는 것이다.
  • 외환위기 이후 효과가 거의 없는 것으로 판명 난 낙수효과보다 경제의 밑바닥 생태계를 탄탄히 다져서 경제 전체를 활성화하는 분수효과를 지향해야 한다.
  • 역설적이지만 한국의 재벌 기업들에는 사회 공헌을 요구할 필요가 없다. 우리가 모두 초등학교에서 배운 대로 세금을 제대로 내게 하고 범죄를 저질렀으면 응분의 처벌을 받게 하면 된다. 그렇게 기본이 된 이후에 사회 공헌을 하고 싶으면 하라고 하면 된다.
  • 기득권 세력은 ‘망국적인 복지 포퓰리즘’을 이야기하는데 복지 현실은 너무 열악하다. 오히려 실제 한국 사회를 지배해온 것은 ‘망국적 토건개발 포퓰리즘’이었다.
  • 흔히 한국을 ‘수출로 먹고사는 나라’라고 표현한다. 그만큼 수출을 통해 한국 경제가 성장한 측면도 있다. 하지만 한편으로 이 말은 수출 대기업들에 대한 지원을 합리화하기 위한 수사로 포장되기도 했다.
  • 하지만 외환위기 이후 그 고리는 완전히 끊어졌으며 이제 수출을 극대화하면 할수록 일반 가계의 몫은 더욱 줄어드는 지경에 이르렀다. 인위적인 고환율 등으로 일반 국민의 부를 수출 대기업에 이전해주면서까지 수출을 비대화하고 내수를 극도로 위축시켰기 때문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