4 minute read

2006년부터 시작한 블로깅이 10년을 넘어 20년이 됐다. 10주년 글을 쓴 지도 벌써 10년이 넘었다.

포스팅을 얼마나 했을까?

  pnotes lifelog emacsian ddiary total
2026 6 41 2 0 49
2025 15 111 6 9 141
2024 18 82 11 9 120
2023 15 60 16 8 99
2022 12 64 15 10 101
2021 8 62 3 11 84
2020 20 98 8 18 144
2019 8 47 10 27 92
2018 18 50 22 39 129
2017 19 112 34 35 200
2016 79 57 9 27 172
2015 40 51 6 0 97
2014 20 21 8 4 53
2013 32 43 7 18 100
2012 33 77     110
2011 24 59     83
2010 41 66     107
2009 71 80     151
2008 21 47     68
2007 7 21     28
2006   11     11
total 501 1219 155 215 2090

발행한 글이 2,000개가 넘는다. 정말 꾸준히 했구나.

블로그는 총 4개를 운영 중이다. 카테고리로 나누려고 하다가 성격이 다른 내용을 각기 다른 블로그로 분리해 편하게 쓰고 싶었다. 이걸 여기에 써도 될까? 이런 생각을 아예 안 하고 싶었다.

  • PNotes
    • 프로그래밍, 게임 개발, 생각
  • Lifelog
    • 보고 먹고 겪고 쓰고
  • Emacsian
    • 메인 에디터 Emacs
  • DDiary
    • 개발 일지와 TIL(Today I Learned)

블로깅을 하게 된 계기

글을 잘 쓰는 사람이 부러웠다. 내 생각을 남기고 싶었다. 블로깅을 시작한 두 가지 이유다.

지금은 블로깅하는 이유를 잊은 것 같다. 자연스러운 삶의 루틴이 됐다. 토요일이면 발행 준비가 된 글 중 하나를 골라서 발행한다. 글감을 모으고 시간이 있을 때, 글을 쓴다.

이제는 블로깅을 그만둘 이유가 생겨야 그만둘 것 같다.

어떤 걸 얻었을까?

꾸준함이 낳은 자부심이 첫 번째다

꾸준함이라. 프로그래밍 말고 다른 어떤 걸 취미로 20년 동안 하는 걸 상상해 본 적은 없다. 변방의 작은 블로그라도 20년 동안 유지한 자취가 인터넷에 남아 있다.

적당한 퀄리티로 마무리하는 것도 지속적인 성취에 한몫했다. 엄청난 글들을 남기는 게 목표였다면 이렇게 오래 못했을 것 같다. 포스팅하기 전 문장에 어색한 걸 고치고 맞춤법 검사를 하는 한 번의 퇴고만 대충 한다.

어떤 걸 20년 동안 꾸준히 하는 게 쉬울까? 난 뭔가를 꾸준히 하는 사람이다. 이런 자부심이 생겼다.

“왜?” 패시브 장착

“왜 이런 결정을 했어요?” 라는 물으면 제대로 대답하지 못하는 사람을 많이 봐왔다. 누군가 물어본다는 예상을 하지 못했던 걸까? 즉흥적 혹은 직관적으로 결정을 했어도 뒷받침할 수 있는 논리적인 근거를 만들기 위해서 스스로 물어봐야 하지 않을까?

“왜?”라는 질문은 많은 에너지를 써야 하고 어찌 보면 고통스러운 과정을 겪어야 해서 뇌가 싫어하는지도 모르겠다. 그래서 훈련이 필요하다. 블로깅은 좋은 훈련 도구다. 글을 쓰다 보면 “왜?”라는 질문을 계속하게 된다. 기술적인 글에만 질문이 들어가는 게 아니다. 맛있게 먹은 감자탕에 대한 감상평을 남기려고 해도 묻게 된다. “왜” 맛있었을까?

뇌가 “왜?”라는 질문으로 계속 고통을 받다 보면 받아들이는 것 같다. 자 이제 패시브 스킬을 획득했다.

상대의 말을 들어줄 수 있는 여유

예전보다는 상대방의 말을 잘 듣는 것 같다. 나이를 먹어서 기력이 쇠한 것도 있겠지만 블로깅을 통해서 뭔가를 표현하고자 하는 욕구를 많이 푼 탓이기도 하다. 이거라도 안 했다면 내 재미없는 이야기를 듣느라 지친 상대가 더 많았을지도 모르겠다.

글로 생각을 표현하는 능력

일할 때 도움이 많이 되는 것 같다. 구두로만 지시하는 모호한 팀장의 업무 지시에 불만이 많았었다. 일을 말로 지시하는 게 아니라 Jira와 같은 이슈 트래커로 글로 이슈를 발행했다. 내가 팀장이 되고 가장 먼저 한 일이다. 글로 적으며 모호함이 많이 사라져 담당자가 일을 시작하기 전에 생기는 마찰을 상당히 줄일 수 있었다. 매니징 비용이 줄어드는 효과도 상당했다.

블로깅으로 단련해서 그런지 글을 쓰는 스트레스가 거의 없다. 업무에도 도움이 된다.

삶의 해상도가 높아지고 글감도 늘어난다

블로그를 시작할 때는 쓸 게 하나도 없었다. 거창한 걸 시작했다가 도중에 포기한다. 블로깅을 계속하다 보니 지금은 글감이 넘쳐난다.

해상도가 높아진 것 같다. 글감을 찾아다니고 내 생각을 좀 더 디테일하게 표현하려고 노력한 결과인 것 같다. 이제는 글감이 넘쳐나고 이걸 시간을 내서 발행할 정도로 글을 쓰는 게 문제다.

AI가 블로깅에 어떤 영향을 줄까?

블로깅은 레고를 조립해서 전시하는 것과 비슷하다. 레고를 조립하는 과정이 즐거운 사람만이 레고를 조립할 수 있다. 글감을 수집하고 발행할 수 있을 정도로 글을 쓰는 게 즐겁다.

레고는 조립을 한 뒤가 문제다. 레고가 비싼 줄 알았는데, 완성품을 전시하는 부동산이 더 비싸다. 조립이 재미있어서 사고 싶지만 완성품을 전시할 공간 확보가 어렵다. 그래서 난 벽에 걸 수 있는 아트 시리즈를 좋아한다. 레고 은하수 은하계 31212, 레고 세계 지도 31203.

블로깅은 부동산에 비교할 수도 없을 정도로 저렴한 호스팅비만 지불한다면 마음껏 쓰고도 남을 전시 공간을 확보할 수 있다. 전시 공간이 부족하지 않을까 걱정하지 않고 글을 쓰는 과정을 즐길 수 있다.

글을 쓰는 과정이 즐거워서 AI가 글을 더 잘 쓰네 마네 관심이 없다. 하지만 앞으로 활용은 좀 해 볼 계획이다. 문장을 자연스럽게 다듬거나 더 적절한 단어를 추천받는 식으로 보조 도구로 활용할까 한다.

앞으로도 계속할까?

블로깅이 재미있다. 생각을 분출하는 장소가 있어서 정신 건강에도 좋은 것 같다. 글 쓰는 과정을 즐기고 있어서 AI가 글을 통째로 쓰네마네 관심도 없고 영향받을 일도 없다. 개인 도메인도 가지고 있고 셀프 호스팅으로 블로그를 운영하고 있어서 그만두는 것도 내가 결정할 수 있다. 아마도 글 쓰는 게 재미없어지면 그만둘 것 같다.

블로깅은 하나의 즐거운 취미 생활이다. 사람의 인적이 드문 골목길에 차린 초라하지만 나름 오래 운영해서 역사가 있는 블로그라고 생각한다. 앞으로도 계속 블로깅을 할 것 같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