투르 드 프랑스: 언체인드 레이스 (2023) 감상문
’겁쟁이 페달’을 보고 ’투르 드 프랑스’에 대한 흥미가 생겼다. 규칙이 똑같지는 않지만 많은 걸 가져왔다. 평지에 강한 스프린터와 오르막길에 강한 클라이머로 분류한다. 스테이지마다 순위를 매긴다. 그리고 모든 스테이지 성적을 통합해서 종합 순위를 매긴다. 지난 스테이지 순위와 종합 순위를 나타내는 색깔 있는 저지(jersey)를 입고 경기에 나간다. 무엇보다 팀 경기다. 팀의 성적과 개인의 성적이 올라간 저울. 모든 선수가 가지고 있는 저울이다. 이런 저울이 드라마를 만들어낸다.
리더는 그냥 선택되는 게 아니라 만들어지는 거죠. 남들에게 상처를 주면서 리더가 돼요.
리더는 팀에서 가장 좋은 성적을 내야 한다. 팀원은 리더를 위해 희생한다. 바람막이가 되어 리더를 끌어준다. 자신의 체력을 갉아서 뒤에 따라오는 리더의 체력을 보존해 주는 것이다. 리더라고 마냥 편한 건 아니다. 팀원에게 희생할 가치가 있는 리더라는 걸 끊임없이 증명해야 한다.
그렇다고 마냥 희생만 할 수 없다. 그 팀에서 정년퇴임을 할 수 있는 게 아니다. 자신의 가치를 증명해야 다른 팀으로 이적할 기회도 생긴다. 한 번씩은 이기적으로 행동해야 한다. 마일리지를 꾸준히 쌓고 한 번씩 쓰는 느낌이랄까? 그렇게 개인의 욕심을 챙길 때는 결과를 가져와야 한다. 와웃 반 아트가 개인 플레이를 해서 스테이지 우승을 한다. 팀 입장에서도 이렇게 우승하면 마냥 희생을 강요할수는 없다. 감동 받은 건 다음이다. 다음 스테이지에서는 팀을 위해 희생한다. 팀 플레이도 챙기고 자신이 훌륭한 선수라는 것도 입증한다. 그냥 팀을 위해 일방적인 희생이 항상 나은 결과를 주는 건 아니다. 가끔은 자신의 욕심을 채워야 한다. 욕심을 챙기고 다시 팀에 마일리지를 열심히 쌓으면 된다.
당시 종합 순위 1위인 ’타데이 포가차르’를 팀 단위로 공격하는 게 인상적이다. 팀원이 포가차르를 감싸고 번갈아가며 공격을 시도한다. 1위와 차이가 많이 벌어지면 나중에 따라 잡기 힘드니깐 포가차르가 따라간다. 떼어내는 게 불가능하면 속도를 줄이고 다른 선수가 치고 나간다. 이런식으로 번갈아가며 이탈을 시도한다. 치고 못 나가더라도 적어도 포가차르의 체력을 빼놓을 수 있다. 이럴 때, 최선의 수비는? 공격이다. 그 4명을 모두 떼어놓고 혼자 독주한다. 멋진 장면이다.
압박감이 엄청났어요. 선택에 대한 비판도 많았는데 전 늙었지만 멍청하진 않거든요.
감독의 선택을 결과로 증명한 후 인터뷰에서 나온 말이다. 딱 봐도 늙은 사람이 얘기하니 더 멋졌다.
재미있다. ’F1, 본능의 질주’와 같이 매년 나온다면 챙겨볼 것 같다. 장비보다는 엔진이 더 중요해서 그런가? 장비 얘기가 별로 없어서 아쉽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