광해, 왕이 된 남자 (추창민, 2012) 감상문
하선이 왕의 목소리와 말투를 흉내 내며 대역을 하다가 자신이 왕이 된 착각에 백성을 생각하는 자신의 마음이 더해져 신하들 앞에서 백성이 가장 중요하다고 일갈한다. 마음에 드는 장면이다. 가장 기억에 남는 장면은 따로 있다. 어느 정도 약에서 해독된 광해군에게 도승지 허균이 승정원일기를 가져다준다. 미천한 것을 자기 대역으로 세웠는데, 그가 한 훌륭한 말과 행동에 부끄러움을 느낀다. 동시에 분노한다.
작은 상 위에 거울은 중요한 소품이다. 왕의 대역 하선은 정체성에 혼란을 느낄 때마다 그 거울을 바라본다. 템포를 살짝 줄이면서 쉼표 역할을 해준다.
마지막 장면은 여운이 남는다. 도승지 허균이 그린 왕의 모습 중 일부를 왕의 대역 하선에서 봤다. 그 모습 중 일부에게 정중히 인사한다. 미공개 엔딩도 무척이나 마음에 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