놀러오세요 동물의 숲 (Nintendo, NDS, 2007) 플레이 후기
유명한 게임. 안 그래도 해보고 싶었는데, 한글판이 나온다잖아. 냉큼 샀다.
아기자기한 게임. 느긋하게 거닐면서 즐기는 게임. 동물의 숲은 그런 게임이다. 게임 플레이가 많이 다르다. 플레이어가 앉을 수 있는 의자. 많은 게임에 의자가 있다. 그런데 거기에 앉나? 에이 그럴 시간이 어디 있어? 빨리 퀘스트를 하고 몹을 잡아서 루팅하고 레벨 업 해야지. 하지만 동물의 숲은 다르다. 의자에 앉아서 커피도 마시고 노래도 듣고 설렁설렁 마을을 거닐다가 수다도 떨고. 이런 게임이다.
오래는 못하겠다. 그래. 느긋하고 뭐 그렇긴 한데, 그런 게 나하고는 잘 안 맞아. 그래서 게임을 잠시 놨는데, 게임을 안 하는 아내가 잡았다. 안 놓는다. 나보다 더 게임을 잘 즐긴다. 친구들 집 초대도 빼먹지 않고 찾아가고 가끔 커피 마시면서 노래 듣고. 낚시 대회 참석도 하고. 자극적인 콘텐츠를 많이 접한 나보다는 더 재미있게 그리고 더 제대로 즐길 줄 알더라. 여자들이 더 좋아할 만한 키워드를 가져서겠지.
잘 생각해보면 현실을 잘 반영하는 지극히 현실적인 게임이다. 앞에서 아기자기, 소박한, 유유자적 뭐 이렇게 표현은 했다만. 빚을 갚다가 끝나네. 노가다! 노가다! 그래서 돈 벌어서 빚을 갚는다. 갚으면 뭐해. 또 더 빌려서 더 큰 집을 짓고 또 빚 갚기가 시작된다. 아아~ 참 미칠듯한 현실 반영이다.
인트로. 자연스러운 대화로 다 풀어내네. 처음 본 내겐 충격이었다. 이렇게 게임과 왠지 어울리지 않는 캐릭터 설정 과정을 풀어낼 수 있구나!
엄청 작은 구 위에 사는 것처럼 표현한 그래픽도 인상적이다. 둥근 지평선과 아기자기한 게임 컨셉이랑 잘 맞아떨어진다.
독특한 목소리. 실제 목소리를 엄청 빨리 감으면서 듣는 느낌? 이것도 동물의 숲에 참 잘 어울린다. 그리고 또! 목소리 현지화는 신경을 안 써도 되겠단 생각이 들었다.
특수 임무를 가진 동물들이 생각난다. 첫 번째로 보험 직원. 웬 동물이 집 앞에서 계속 서 있길래. 말을 걸었두만 보험에 가입하기 전까지 대화에서 나가지 못해. 아우. 결국 가입을 해서 뜯겼지만 이거 때문에 얼마나 웃었던지. 후후. 그리고 강제 종료를 하면 보게 되는 두더지 선생. 안전하게 저장하고 끄라고 잔소리를 얼마나 하는지. 이런 것도 게임 플레이에 녹인 능력이 놀라웠다. 귀엽기도 하고.
다른 게임에서 찾아보기 어려운 키워드를 진한 개성으로 잘 표현한 게임이다.
PS: 남겨놓은 메모를 보고 기억을 되살려 적었다. 플레이한 지 3년이 넘게 지난 것 같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