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포츠 정신을 생각해보다 - 코드롱과 브롬달의 경기를 보고

1 minute read

위대한 당구 선수 이상천을 추모하는 상리 인터내셔널 08-09 4강 경기였다. 당구 치는 거 보면 웬만해서는 지지 않을 것 같은 프레데릭 코드롱(Frederic Caudron)과 내가 생각하는 최강 선수였는데, 요즘은 자주 지는 토브욘 브롬달(Torbjorn Blomdahl)의 제대로 된 한판 대결였다. 브롬달 요즘 성적이 별로여서 왠지 질 것 같았지만 그래도 열심히 응원.

요즘 브롬달이 공이 맞을지 안 맞을지 조마조마한 순간에 몸을 비꼬는 동작, 전문 용어로 몸히네를 많이 보여줘서 안타깝게 하는데 친 공이 빗나가자 너무 아쉬워했다. TV로 보기에는 아슬아슬하게 안 맞은 거 같은데, 심판이 안 맞았다고 선언하자 맞았다면서 심판에게 얘길 하고 아쉬운 걸음으로 자리에 앉았다. 그런데! 코드롱이 안 일어난다. 심판이 왜 이러냐고 물어보자. 코드롱이 자기가 보기에는 맞았다고 얘기한다. 심판은 판정을 바꾸고 브롬달이 점수를 획득하고 계속 치게 된다.

당구에서 이렇게 판정을 바꾸는 걸 처음 봤다. 선수 두 명이 함께 맞았다고 하니 심판도 결국 판정을 바꾸게 되더라. 사실 그냥 아쉬워서 어떡해라는 위로의 눈빛을 브롬달에게 날리고 공을 치면 됐다. 심판의 판정을 존중하는 일이니 이게 비난받을 일도 아니고 정정당당한 스포츠 정신에 어긋나는 일도 아니다. 왜 그랬을까? 괜한 여유였을까?

스포츠 정신을 지키는데 바탕이 되는 많은 정신이 있겠지만 가장 큰 동기 부여가 되는 마음가짐은 “찝찝하게 하지 않고 정정당당하게 경기해도 충분히 이길 자신 있어!”가 아닐까? TV 카메라보다 먼 거리에 있던 코드롱이 공이 맞았는지 정확하게 봤으리란 생각은 들지 않는다. 브롬달의 억울한 표정에서 진짜 맞았다는 걸 읽었고 이대로 넘어가면 찝찝한 승리라고 생각했을 것이다. 이런 찝찝함을 없애고 정정당당하게 경기해도 충분히 이길 자신과 여유가 코드롱에게 있어서 진정한 스포츠 정신이 나오지 않았을까 하는 생각이 들었다.

결국, 코드롱이 이겼다. 참 이건 해피엔딩~

다른 얘긴데 코드롱이 안경을 벗고 참 멋져졌다.

nil

착하게 생겨서 수발이(경상도 사투리, 돈을 빼앗는 행위를 얘기한다.) 대상 1호같은 이미지였는데, 안경 벗고 수염 기르니 간지남이 되어 버렸다. 이 모습이 자신도 별로였는지 코드롱 홈페이지에 가면 안경 썼을 때 사진은 없더라. 후후

PS : 멋지지만 그래도 코드롱 경기는 재미없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