허슬 (BBC, 2004) 감상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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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기꾼이 주인공이다. 그것도 자잘한 사기를 치는 피래미가 아니라 큰 사기만 치는 거물이다. 그들이 어떻게 사람을 속이는지, 얼마나 치밀한 준비를 하는지 숨김없이 보여준다.

숨소리까지 거짓인 사기꾼이 좋은 이미지를 가졌을 리 없다. 나쁜 이미지를 걱정해서인지 희석하는 원칙을 만들어 놓았다. 바로 간절한 사람에겐 사기를 치지 않는다는 원칙. 이 원칙을 끝까지 지키고 게다가 실수로 사기를 당하면 자살을 생각할 정도로 돈이 간당간당한 사람에게 돈을 돌려주기까지 한다. 그들은 자신을 광부라고 부른다. 인간이 가진 탐욕을 캐는 광부.

역시 요즘은 전문가 시대. 사기꾼 그룹 안에서도 연기, 기술, 조언으로 나누어지고 각자 전담하는 분야가 있다. 이렇게 담당 분야가 나누어지다 보니 여러 사람이 사기 한 건에 투입된다. 그러다 보니 중요한 건 팀워크. 못하는 것 없이 척척 해내는 모습을 보는 것만으로도 재미있다.

신기한 게 하나 있다. 어떻게 그들 사이에 그렇게 신뢰가 쌓여 있을까? 남을 속이는 게 일인 사기꾼으로 이루어진 팀인데, 어떻게 서로 그렇게 믿을 수 있을까? 시즌 2 까지는 배신자가 한 명도 없고 이런 물음에 시원하게 답을 줄 에피소드도 나오지 않는다. 그래서 나름 생각을 해보면 사기를 치긴 하는데, 규모가 욕심이 생길 정도로 크지 않는 게 가장 큰 것 같다. 무리해서 더 크게 사기를 칠 수 있는데, 항상 원한을 사지 않는 적당한 수준에서 그만둔다. 모두를 적으로 만들고 혼자서 다 먹고 도망갈 마음이 생기는 금액까지는 안 간다. 그리고 앞에서 말한 자신들이 지킨 원칙을 철저하게 지키는 게 또 다른 이유이다. 모두가 반드시 지키는 원칙으로 서로 간에 신뢰도 쌓아지는 게 아닐까 싶다. 이렇게 얘기했지만 나중에 왠지 한 명 배신할 것 같아.

크게 한탕을 하고 이제 이 짓도 그만두자는 게 아니라 사기를 설계하고 사람들이 가진 탐욕을 캐는 걸 즐기는 것 같다. 나쁜 이미지를 희석하는 장치들도 잘 동작해서 거부감이 없이 재미있게 봤다. 일품인 팀워크와 모든 가능성을 염두에 둔 치밀한 설계를 보는 재미가 쏠쏠하다.

사기를 안 당하는 방법은 정말 간단하다. 정직한 돈벌이만 믿는 것. 그뿐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