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떤 방식으로 실패를 대하는 동료를 존중할 수 있을까?
내가 그동안 하도 실패를 긍정적으로 묘사해 작품을 만들어 나가는 과정에서 실패란 반드시 필요한 것이라는 믿음이 직원들에게 뿌리내린 탓인지 제작진은 내 칭찬을 듣고 마음이 상한 것 같았다. 제작진은 내 칭찬을 이전 작품을 제작한 동료들보다 덜 노력하고 덜 도전했다는 평가로 해석했다.
실패를 어떻게 했길래? 책에는 안 나와서 아쉬웠다. 분명한 건 “헤헤. 실패했어요.” 이런 말만 하는 실패를 긍정적으로 묘사하진 않았을 것이다. 실패에 대해 공유를 했겠지? 그걸 장려하는 문화가 자리 잡았겠지?
책을 읽고 나는 어떻게 실패하는 동료를 존중할 수 있는지 생각해 봤다.
과정을 착실하게 공유하는 동료라면 실패해도 존중할 것 같다. 중간보고가 여기서도 진가를 발휘한다.
실패를 숨기지 않는 동료라면 존중할 것 같다. 왜 실패했는지 원인을 공유해줬으면 좋겠다. 시스템을 개선한다고 하는데, 분명 실패가 있어서 개선하는 것이다. 왜 개선하는지 원인을 숨기지 않았으면 좋겠다. 아니. 숨기려는 의도가 아니었다면 실패를 공유하는 게 중요하다는 것을 알았으면 좋겠다. 위축될 필요 없이 당당하게 공유했으면 좋겠다. 모두 실패한다.
프로그래머 경력을 쌓다 보면 실패에 대한 대가가 점점 커진다. 잘못 작성한 함수 하나에서 클래스. 잘못 설계한 시스템. 프로그래머 모두를 괴롭히는 잘못된 정책. 무서운 건 실패에 대한 대가는 점점 커지는 데, 실패할 확률은 줄어들지 않는다.
나 또한 이렇게 실패하면 존중받지 않을까? 동료를 먼저 생각한 이유다. 내 실패를 존중받고 싶다. 그러기 위해선 실패로 얻은 교훈을 모두와 함께 나눠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