WWE Unreal (2025–2026) 감상문 - 선인과 악당과 힐 턴
프로레슬링에 대한 아련한 추억이 있다. WWE 아니 내가 알던 건 WWF였다. 헐크 호건, 워리어, 달러 맨 등이 나오는 경기를 비디오테이프로 구해서 친구들과 같이 본 기억이 아련하다. 어떤 재미로 보는 걸까? 제작진은 어떤 걸 고민하고 경기를 계획할까? 궁금했다.
진짜 경기가 아닌 건 다들 알고 있다. 그래서 다큐 제목에도 Unreal을 붙였나 보다. 이런 유머가 마음에 든다. 경기뿐만 아니라 스토리라인도 만들어야 하기에 배우처럼 연기력이 중요하다. 리테이크가 없는 실시간 연기라서 임기응변도 무척이나 중요하다. 계획했던 시간보다 경기가 길어지면 중간에 각본을 고쳐 특정 기술을 건너뛰어서 시간을 맞춘다. 심판의 주 역할이 메신저라는 걸 이번에 알게 됐다. 경기 진행 본부에서 수정된 각본을 전달하면 그걸 선수들에게 전달하는 역할이다.
챔피언은 어떻게 만들어지는 걸까? 스포츠가 아닌 쇼비즈니스라는 걸 잘 이해해야 한다. 내가 챔피언 상이다. 관중들에게 그리고 WWE 단체에도 어필할 수 있어야 한다. 응원하는 팬을 확보하기 위해 캐릭터를 만드는 데 집중해야 한다. 챔피언처럼 보일 때, 챔피언이 될 수 있다. 승진하기 전에 승진해서 할 역할을 하는 것처럼 말이다.
선한 역과 나쁜 역이 있다. 각각 베이비페이스와 힐(heel)이라고 부른다. 선악 구도는 기승전결을 짜거나 권선징악으로 관중들에게 통쾌함을 주기 유용한 프레임워크다. 재미있는 건 ’힐 턴’이라는 이벤트다. 선한 역에서 흑화해서 악역으로 변하는 충격을 주는 이벤트다. 모두를 놀라게 하는 이벤트라서 철저하게 보안을 유지하며 이벤트를 준비한다. 오랫동안 선한 역을 유지한 존 시나가 힐 턴을 준비하는 과정에서 쇼비즈니스를 대하는 태도가 인상 깊다. 이미지보다는 팬들에게 놀라움을 줘야 한다는 자세다. 적극적으로 자신의 힐 턴에 대한 아이디어를 내며 팬들에게 기억에 남는 이벤트로 만들려고 노력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