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삼체(three-body)는 삼체문제(three-body problem)에 나오는 그 삼체다. 세 개의 물체 간의 상호작용과 움직임을 다루는 고전역학 문제다. 컴퓨터로 근삿값을 구할 수는 있지만 안정적이지 않아서 이체(two-body)와 다르게 변동이 크다. 태양이 한 개가 아니라 두 개인 행성계에 문명이 있다면 어떻게 될까? 계절을 예측하는 건 고사하고 문명의 존망이 걸린 행성이 불탈 정도로 태양에 가까이 가는 시기와 행성이 얼 정도로 멀리 떨어지는 시기조차 예측할 수가 없다. 이런 행성에 기적처럼 문명을 유지한 외계 생명체(이하 삼체인)가 있다. 모행성을 떠나 지구로 오고 있다. 세 들어 살 생각은 없는 것 같고 빼앗아 주인이 되려고 하는 것 같다.

왜 과학자만?

삼체인이 지구를 정복하려고 오고 있다. 400년 후에 도착한다는 설정이 재미있다. 워프가 없다. 삼체인들은 400년 후에 도착하지만 설명을 들어도 잘 모르겠는 지자(sophon)를 먼저 지구에 보냈다. 실시간 통신이 가능하다. 물리적인 영향력은 주지 못해도 지자는 삼체인과 통신할수도 있고 지구인들에게 시각적으로 영향을 줄 수 있다.

지금은 삼체인의 과학이 더 우월하지만 과학 기술 발전 속도는 선형적이지 않고 기하급수적이라 400년 후에는 지구인의 과학기술이 더 우월할 수 있다. 그래서 지자로 과학자들을 방해해서 과학 기술을 늦추려고 한다. 400년동안 과학 기술의 우위를 점해야 지구를 정복할 수 있기 때문이다. 2024년 현재 과학 R&D 예산을 깎는 정부가 있는 대한민국 따위는 삼체인에게 전혀 위협이 되지 않을 것이다.

토머스 웨이드

400년 동안 인류는 잘 준비를 할 수 있을까? 리더가 수십 번 바뀔 것이다. 일자리 창출을 위해 삼체인 공격에 대비하는 걸 100년 정도는 미뤄도 되지 않을까? 온전히 400년을 준비하기도 빠듯한데 온갖 방해가 넘쳐날 것이다. 내가 살아 있는 동안에는 벌어지지 않을 일에 자원을 쏟는 일이기 때문이다.

토머스 웨이드(리암 커닝햄)가 자신의 생을 쪼개서 필요할 때마다 일주일씩 일어나 일을 처리하겠다고 한다. 나머지는 동면 기술을 사용해서 잠들어 있는 계획이다. 이걸 할 수 있는 사람은 자신밖에 없다고 단언한다. 대단한 자신감이다. 모든 의사 결정의 기준이 명확하다. 인류의 생존. 이런 리더를 보며 사람들은 위기를 해처나갈 수 있을 거라는 용기를 얻을 것이다. 위기에 꼭 필요한 사람이다. 물론 같이 일하는 사람들은 괴로울 것이다.

아인슈타인의 농담

아인슈타인이 죽고 눈을 떠보니 천국이었지. 자기 바이올린도 있었어. 그는 기쁨에 겨웠지. 그 바이올린을 사랑하거든. 물리학보다, 심지어 여자보다 더.

아주 기똥찰 거라고 생각했지. 바이올린을 조율하는데 천사들이 급히 그에게 왔어.

’뭐 하는 건가?’ 천사들이 물었지 ’연주하려고요’ ’관두게, 신께서 싫어하실거야 색소폰 연주자시거든’

그래서 아인슈타인은 거기서 멈췄어. 그런데 연주를 안하자니 힘들었지. 음악을 너무도 사랑하거든. 사실 천국에선 할 일도 그리 많지 않았어

그런데 아니나 다를까 높은 곳에서 색소폰 소리가 들려와

’난 할 거야 신과 함께 연주하겠어’

’우리 합주는 근사할 거야’

그러고는 그 곡을 연주하기 시작했어.

색소폰 연주가 멈추고 신이 나타났어. 신이 아인슈타인에게 다가와 불알을 뻥 찼어. 천국인데도 아팠지. 그가 사랑해 마지않는 바이올린도 산산이 박살 내버렸어.

음악이 없는 영원. 천국은 아인슈타인에게 지옥이 되어버렸어.

묵사발 된 불알을 쥐고 바닥에 누워 몸부림치는데 한 천사가 와서 말했지

’우리가 경고했잖나’ ’신의 연주에 끼지 말라니까 (Never play with god)’

어떤 걸 의미하는지 이해가 안 됐다. YouTube를 보고 비유를 이해했다. 삼체 시즌 1에서 가장 중요한 대사다. 우리가 아인슈타인이라면 삼체인이 신이다. 과연 삼체인이 최상위 포식자일까? 아니다. 외계 문명이 있다면 삼체인이 아인슈타인이 되고 신이 될 수 있는 어떤 외계 종족이 있을 것이다. 우리가 400년 동안 과학 기술로 삼체인에게 우위를 가질 수 없다면 남은 다른 카드는 또다른 외계 문명을 이용하는 방법 뿐이다.

지구인의 무기

지자는 볼 수 있고 들을 수 있지만 생각을 읽지는 못한다. 삼체는 거짓말을 하지 못해서 허구를 이해하지 못한다. 비유를 이해하지도 못한다. 아인슈타인의 농담을 통해 삼체인의 파훼법을 전달하는 이유도 지자가 그 장면을 보더라도 비유를 이해하지 못하기 때문이다. 인류가 가진 무기다.

생각을 읽을 수 없는 특징을 알아내서 삼체인에 대항하기 위해서 인류가 가진 자원을 마음대로 사용할 수 있는 면벽자를 뽑는다. 면벽자는 머리속으로만 계획을 세운다. 누구에게도 설명할 필요가 없다. 면벽자가 말도 안 되는 요구를 하더라도 이유를 묻지 않고 지원한다. 그럴듯하다. 인류가 짜낼 수 있는 최선의 대응책이다. 그래서 면벽자로 뽑힌 사울(조반 아데포)이 자기는 이런 거 안 할 거라고 해도 다들 뭔가 이유가 있겠거니 하면서 알았다고들 한다.

마무리

삼체 문제가 드라마와 얼마나 관련이 있는지는 모르겠다. 삼체인이 자기 행성을 버리고 어딘가를 정복하러 간다는 상황 설명에 도움을 주는 정도일까? 워프 기술이 없어서 오는데 400년이 걸린다. 400년 동안 삼체인과 인류의 대결이 벌어진다. 흥미롭다.

시즌 1을 정말 재미있게 봐서 재미있는 게 벌써 다 나왔을까 걱정된다. 시즌 2가 기대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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