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징어 게임 (황동혁, 2021) 감상문
궁지에 몰린 사람들이 큰 상금을 건 생존 게임을 한다. ’도박 묵시록 카이지’와 ’라이어 게임’이 생각났다.
’가벼운’ 게임을 ’무겁게’ 그리다
훌륭한 표현이다. 무궁화꽃이 피었습니다. 뽑기 게임. 줄다리기. 구슬치기. 다리 건너기. 오징어 게임. 모두 단순한 게임이다. 카이지와 라이어 게임은 게임 룰을 이해하는 재미로 봤는데, 그런 재미는 떨어졌다. 게임보다는 사람에 더 집중하게 된다.
협동 게임을 한 후 두 명씩 짝을 지어서 하는 게임이 인상적이다. 몇 번 비슷한 걸 본 적이 있는 것 같은데도 반전에 깜짝 놀랐다. 이건 매번 당한다. 협동에서 대결로 바뀌는 건 몇 번을 봐도 익숙해지지 않는다.
다리 게임은 너무 한국다웠다. 리스크 크기에 상관없이 모두 같은 보상이다. 중간에 못 가겠다고 버티는 장덕수처럼 행동해야 한다. 하지만 게임 룰을 순순히 받아들인 탓일까? 내 뒷사람들이 주는 압박감 때문일까? 너무 순순히 따른다. 50% 확률로 죽을 수 있는 순간까지 주변 눈치를 보게 된다. 다른 문화권에서는 어떻게 그릴지 궁금했다. 다리 이에서 난투극이 벌어져야 하는 게 맞지 않을까?
성기훈(이정재)이 조상우(박해수)에게 왜 다리 건너기 게임 마지막에 다른 사람 들을 밀었냐고 따지는 장면에서 나까지 짜증이 났다. 끝까지 게임 룰을 이해하지 못한 것일까? 모두 같이 우승해서 돈을 나눌 수 있다고 생각하는 건 아닐까? 이런 캐릭터가 서로 죽여도 괜찮은 룰이 있는 상태에서는 게임이 아닌 숙소에서 죽이기 가장 껄끄러운 인물이다. 처음에는 성기훈이 현실과 다르게 가장 우승하기 어려운 사람이라 생각했다. 하지만 데스 게임에서 자신이 져서 죽는 걸 직감했을 때, 그간 게임에서 보여준 인성이 가장 좋은 사람에게 힘을 실어주게 될 것 같다. 여기까지 생각하면 우승 확률이 다른 사람보다 더 높을 거란 생각이 들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