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 minute read

요리 서바이벌 프로그램에 시큰둥해져서 주변에서 얘기가 들릴 때도 볼 생각이 없었다. 하지만 딸기부엉이가 학교 친구들이 다 봤다면서 보고 싶다고 했다. 이러면 어쩔 수 없지. 혼자 보는 건 내키지 않지만 가족이 같이 보는 건 찬성이다. 우리 대화를 풍부하게 해줄 것 같아서 기대된다. 그렇게 보기 시작했다.

최현석의 행동이 인상적이다. 리더가 돼서 팀미션을 할 때, 이기기 위해 최선을 다한다. 나서서 재료를 가져온다. 전략도 훌륭하다. 리더라서 생기는 대표성을 가지고 필요한 재료를 교환하는 협상에도 적극적이다. 권한을 잘 사용한다. ’F1, 본능의 질주’에서 좋아하는 레드불 크리스천 감독의 행동이 생각났다. 경기는 드라이버랑 스탭이 하는 거고 경기 외적인 플레이를 적극적으로 한다. 자신이 해야 하는 일을 아는 리더다.

난 남의 시선에 자유롭지 못하다. 그래서 남을 신경 쓰지 않는 모습이 멋져 보인다. 편의점 미션에서 나폴리 맛피아가 다들 뛰어다니는데도 혼자 앉아서 느긋하게 구상하며 재료들의 맛을 보는 모습이 부러웠다. 해피엔딩이다. 생각 못 한 디저트를 선보이고 해당 미션에서 이겼다.

에드워드 리의 비빔밥. 설명을 듣는 순간 스테이지 우승이라는 생각이 들었다. 재미교포라는 걸 영리하게 잘 활용했다. 한 번 쓸 수 있는 필살기 느낌이다. 요리 스토리가 압권이었다.

고기가 이븐하게 익지 않았어요. 안성재 심사 위원이 만든 유행어다. 아주 높은 수준의 미각을 가진 셰프의 깐깐한 심사평을 왜 좋아할까? 나는 저런 절대적인 맛의 기준이 있는 게 부러웠다. 나는 뭔가를 평가할 때, 저런 절대적인 기준이 있을까? 그래서 깐깐한 심사평을 들으면 대리만족을 느낀다.

내가 만약 흑요리사로 참가해서 백요리사와 붙어볼 기회가 있다면 어떤 전략을 택할까? 우승할 수 있다는 절대적인 자신감이 있으면 이길 수 있는 백요리사를 고를 거고 “우승까지는 좀” 이런 생각이 들면 가장 유명한 백요리사를 고를 것 같다. 아마도 가장 유명한 백요리사를 고르지 않을까? 어설프게 잊히고 패배하기보다는 멋지게 지고 싶을 것 같다. 내가 붙는 백요리사에게만 인정 친분을 쌓는다면 경연대회에서 떨어지더라도 인맥을 만들 수 있어서 보다 전략적인 선택이 될 것이다. 많은 흑요리사도 이런 전략을 택하지 않았을까?

삼겹살이 이븐하게 구워졌느니 마느니 하는 딸기부엉이를 보면 가족이 같은 콘텐츠를 보는 건 즐거운 경험이다. 팝콘도 한가득 튀겨서 같이 먹으면서 봤다. 재미있는 경연 프로그램이었지만 혼자서는 안 볼 것 같다. 시즌 2가 나오고 딸기부엉이가 보고 싶다고 하면 아마도 볼 것 같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