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스터셰프 US 시즌 3 (MasterChef, FOX, 2012)
변화구는 없다. 직구만 있다. 말이 시원시원하다. 진행도 시원시원하다. 그래서 탈락자 발표 전에 한번 끊는 건 참을 수 있어. 우리나라 마스터셰프보다 재미있다.
승자에게 권한을 많이 준다. 게다가 탈락 미션에서 빼준다. 요리하는 주제를 고르기도 하고 참가자마다 요리할 재료를 정하기도 한다. 맹인 참가자에게 살아있는 게를 준 것이 비정하게 보이지만 강력한 라이벌을 제거한다는 의미에서는 훌륭한 전략. 또 이런 걸 볼 수 있는 게 리얼리티 쇼의 매력이 아니겠나.
맹인 참가자 크리스틴(Christine Ha)이 너무 강했다. 다른 참가자는 한동안 눈에 안 들어왔다. 산 게로 만든 요리는 정말 맹인이 맞을까 의심이 들 정도. 엄청 불리해 보였는데, 그게 아니었네. 절대적인 미각. 결과를 확실히 평가할 수 있는 엄청난 무기가 그녀를 이끌었던 것 같다.
무엇보다 심사위원이 훌륭했다.
고든 램지(Gordon Ramsay). 지랄만 하다가 위로하는 말을 하면 감동은 배가 된다. 참가자를 격려하려고 만든 애플파이를 설명하는 장면에서는 눈물이 나올 것 같았다.
조 바스티아니치(Joe Bastianich)는 우리나라에는 잘 없는 간지 대머리. 독설에 혼을 담아서 호감이다. 간지 대머리라 더 그렇다.
그레이엄 엘리엇(Graham Elliot). 귀요미 뚱땡이. 셰프가 아닌 요리 평론가 정도로 생각했는데, 아니다. 심사위원을 맡을 정도로 잘 나가는 셰프. 직접 참가해 참가자와 같이 요리하는 에피소드가 인상적이었다. 플레이팅부터 다르다. 심사위원을 할 만 하구나. 권위는 이렇게 세워지는 것 같다. 독설이고 뭐고 필요 없어. 그 자리에서 심사할 자격이 있다는 걸 참가자에게 직접 보여주니 권위가 자연스럽게 세워졌다.
자막만 나온다면 계속 챙겨보고 싶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