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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번 겨울에 온천에 몇 번 간 뒤에 온천 맛을 알아버렸다. 이번 겨울이 추워서 그랬던 걸까? 나이를 더 먹어서 그런 걸까? 뭐. 물어보나 마나 이번 겨울이 유독 추워서겠지. 우리나라 1짱 온천이 어디냐? 몇 번 들어 본 덕구온천으로의 여행을 즉흥적으로 결정했다. 숙소와 스파월드를 따로 결제하는 것보다 온천이 포함된 패키지를 결제하고 스파로 업그레이드 비용을 지불하는 가격이 같아서 패키지를 구매했다. 조식 2인이 포함되어 있는데도 가격이 비슷해서 패키지가 훨씬 싸다.

만석군식당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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강릉에서 아침을 먹을 것인지 울진에서 아침을 먹을 것인지 고민하다가 울진에 도착해서 아침을 먹었다. 만석군식당에서 가자미조림과 갈비탕을 먹었다. 바닷가에서 먹는 인심 좋은 가자미조림을 기대해서 그런지 만족스럽지 않았다. 메인메뉴보다 감자 반찬이 인상적이다. 찰기가 넘기는 식감을 감자로 어떻게 만들었는지 궁금하다.

네 식구가 식당에서 숟가락만 들었다고 하면 4만 원이 넘는데, 이런 돈을 쓰고도 만족스럽지 않아서 다음에는 아침으로 맥모닝을 간단히 먹고 점심과 저녁을 제대로 먹어 볼 생각이다.

죽변등대공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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레일바이크를 타려고 했는데 4인 요금이 35,000원이란 얘기를 들으니 망설여진다. 물놀이 끝나고 고기랑 같이 먹을 회를 포장하러 간 횟집 사장님의 말에 용기를 얻었다. 별 볼 게 없으니 죽변등대공원에서 경치나 구경하시라. 레일바이크를 패스하고 죽변등대공원으로 올라가서 풍경을 보며 사진을 찍었다. 풍경 밑으로 해안가를 따라 이동하고 있는 레일바이크 떼가 보였다.

르카페말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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해변을 끼고 있는 카페에 들러 커피를 마셨다. 애들을 백사장에 풀어놓으니 시간 가는 줄 모르고 놀았다. 올해는 근처 해안가로 자주 가서 놀아야겠다. 나는 아내랑 편하게 의자에 앉아서 커피를 마신다. 애들은 사이좋게 자기들끼리 논다. 마음 같아서는 해가 질 때까지 해변에 있고 싶었다.

덕구온천스파월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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덕구온천 스파월드는 생각보다 작았다. 라이프스포츠와 크기가 비슷한 것 같다. 홈페이지에 실린 사진 정말 광각으로 잘 찍었다. 다이나믹한 물놀이가 테마가 아니기 때문에 큰 규모를 기대해서는 안 된다. 몸에 좋다는 물에 지지고 싶다. 혼자는 못 온다. 애들을 데리고 와야 한다. 소박한 미끄럼틀 하나로 구색만 맞추고 애들이 놀 수 있는 미지근한 야외 탕을 하나 둬서 애들도 적당히 놀 수 있게 한다.

애들은 물만 있으면 좋다. 어른은 이왕 물에 들어가는 거 몸에 좋다는 물에 몸을 담그고 싶다. 그냥 물놀이가 시시한 큰 애들은 몸에 좋다니 자기도 따뜻한 물에 몸을 담가본다. 서로 적당히 양보하며 즐기는 그런 대화합의 스파월드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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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내 유일의 자연용출수라고 한다. 펌프로 물을 끌어 올리는 게 아니라 온천수가 자기가 뿜어져 나온다는 뜻이다. 모든 물이 뜨겁다. 미지근한 물이 없는 것 같다. 야외에 있는 탕도 뜨겁다. 생색만 낸 그런 온천탕이 아니다. 자연용출수가 아니면 비용 때문에 이 온도를 유지하지 못한다. 비용을 생각하니 자연용출수가 확실하다는 믿음이 생겼다. 야망만 있다면 자연용출수를 사용해 세계 최대의 유수풀을 만드는 상상을 했다. 온천탕에 몸을 오래 담그니 너무 더워서 미지근한 물로 가서 몸을 좀 식힌다. 애들은 너무 더운지 미지근한 물에서 나오지 않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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건강 테마라 그런지 바닥에 지압돌이 깔려있다. 워터슈즈를 신는 건 불경스러운 행동이다. 꺼내지도 않았다.

맛다락 - 셀프다이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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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인 가족 기준 12,000원을 내면 테이블과 식기와 불을 쓸 수 있다. 구워 먹을 고기를 가져갔다. 물놀이한 다음 가까운 곳에서 바로 저녁을 해결해야 한다. 가족여행 강원도 속초 롯데리조트 2022년 10월에서 장을 보러 밖에 차를 타고 갔다가 애들이 잠들어서 곤란한 경험을 한 이후에 얻은 교훈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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바닷가에 왔으니 회를 먹어야지. 횟집에서 참가자미 1KG을 포장해 왔다. 다양한 가자미류를 도다리라고 편하게 부른다. 물어보면 자세한 어종을 가르쳐 준다. 잘 외워지지 않아서 갈 때마다 물어보는 것 같다. 동해안에서는 도다리를 주로 먹는다. 양식이 불가능한 어종이라 무조건 자연산이다. 포항에서 자주 먹었던 돈지(문치가자미)가 생각났다. 큰 걸 썰어서 그런지 두꺼운 식감이 좋았다. 신선한 기운을 먹는 기분 좋은 식감과 향이다.

시장이 반찬이다. 물놀이로 체력을 쏙 빼놔서 애들이 무척이나 잘 먹는다. 얼마나 배가 고팠는지 얘기도 별로 안 하더라. 덕분에 정말 조용하게 밥을 배불리 먹을 수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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식기 설거지가 셀프다. 다행히 불판 설거지는 제외다.

술다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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패키지에 술다락 10,000원 쿠폰이 있어서 들렀다. 마른안주와 전자레인지에 돌려먹는 간편식을 안주로 팔았다. 조용하고 쾌적했다. 마시고 싶은 생맥주를 잔에 짜서 마시면 된다. 속초 롯데리조트 펍에서 먹었던 맥주가 생각난다.

덕구온천콘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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로비가 깔끔하다. 대게를 객실에 들고 가지 말라는 경고 문구가 눈에 들어온다. 객실에서 대게를 엄청나게 먹어댔나 보다. 저런 문구를 보니 대게가 먹고 싶어 내일 집에 가기 전에 대게를 먹자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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로프트 22로 예약했다. 남은 스탠다드 22객실이 없어서다. 복층이라 멋지지만 애들이 넘어질까 마음졸이게 된다. 경사와 계단에 대한 주의를 단단히 줬다. 다행히 다치는 일은 없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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복층에 침대가 있고 아래에는 온돌이 있다. 역시나 침대는 애들 차지였고 나와 아내는 온돌에서 잤다.

콘도도 덥다. 자연용출수를 허투루 쓰지 않나 보다. 중앙난방으로 통제한다. 자연용출수는 미지근하게 있는 걸 허락하지 않는다. 온도를 낮출 수 없다는 프런트의 대답을 듣고 창문을 약간 열고 잤다.

덕구온천 조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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깔끔한 조식이다. 규모가 소박하지만 있을 건 다 있다. 조식은 여유를 보장한다. 아침을 해결하려고 버둥거리지 않아도 된다. 새벽에 온천에 갔다가 오는 길에 조식을 먹으면 완벽하다. 하지만 게으름이 허락하지 않는다.

덕구온천 - 투숙객은 무료

대온천이 넓고 쾌적하다. 역시나 뜨겁다. 모든 게 뜨겁다. 실외에도 탕이 있다. Taek이 좋아하는 녹색 탕이다. 실외라서 실내보다 온도가 낮다. 벌에 쏘일 수 있으니 주의하라는 경고문이 인상적이다. 옆에 잠자리채가 보였다. 이물질을 떠내는 용도일까 급할 때 쓰는 호신용일까?

이정도 온천이 있어야 한국온천협회 임원이 될 수 있나 보다.

투숙객은 온천 티켓을 무료로 준다. 이러면 그냥 집에 갈 순 없다. 체크아웃하면서 온천 티켓을 받았다. 씻는 걸 모두 온천에서 해결했다. 숙소에 있는 샤워 부스에 물방울 하나 안 묻혔다.

국립해양과학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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애들이 있으니 ’국립’으로 시작해서 ’관’으로 끝나는 장소가 있다면 지나치기 어렵다. 국립해양과학관 때문에 울진에 올 필요는 없지만 근처에 갈 일이 있다면 오는 길에 들릴 정도는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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과학관과 비슷했다. 쭉 걸으며 구경하고 만져봤다. 아니 그럼 다른 어떤 걸 기대했어? 모르겠다. 이런 장치들만 있는 과학관만 가봐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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바다 및 7m 풍경을 볼 수 있는 바닷속 전망대로 걸으며 야생을 두 눈으로 볼 생각에 기대됐다. 기대와 다르게 평온하고 잔잔했다. 다이나믹한 야생을 기대했는데 말이다. 이끼가 가득 껴서 시야도 흐리다. 인공적이면 어때? 아쿠아리움의 자극적인 바닷속 풍경이 그리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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놀이터에서 뛰어놀겠다는데 막을 이유는 없다. 한 시간가량 신나게 놀게 한 다음 점심을 먹으러 갔다.

독도횟집

집으로 돌아오는 날이 대게 축제를 시작하는 날이다. 아쉽게도 축제 장소가 가깝진 않다. 후포항에서 하는데 1시간 정도 운전해야 한다. 갈까 말까 고민하다가 회를 포장했던 횟집으로 갔다. 어제 먹은 회가 괜찮았다. 인파가 몰리는 대게 축제를 하는 후포항에 가서 정신없이 먹는 것보단 조용하게 먹고 싶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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모둠회 중간 사이즈를 먹었다. 서빙하는 이모가 좋은 횟감인 능성어가 들어갔다고 유난을 떨었다. 허겁지겁 먹다가 사진을 찍었다. 사진과 다르게 접시의 빈 곳이 없게 회가 깔려서 나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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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게를 찌는 데 30분은 걸린 것 같다. 주문하고 한 바퀴 둘러보고 올 껄. 찌는 시간을 미처 생각하지 못했다. 딸기부엉이와 Taek이 힘들어해서 밖에 데리고 나가 물고기와 해삼을 구경했다. 멍게가 정착하면 뇌를 먹어 치우는 얘기를 하며 움직이는 것이 중요하다는 걸 얘기해줬다. 수영 같은 운동의 중요성을 얘기해줬다. 대답이 없어서 들었는지는 모르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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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게를 정말 맛있게 먹었다. 그냥 대게를 2KG 먹을 걸 그랬나? 가서 먹는데 대게 1KG이 8만원이다. 대게 먹는데 이정도는 내고 먹는거지. 먹기 전에는 갸우뚱하게 되는 비싼 금액이다. 하지만 한 번 먹고 나니 씀씀이가 커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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딸기부엉이가 독도횟집 마크를 만들어줬다.

마치며

몸보신 여행이다. 자연용출수에 몸을 지졌다. 고기와 회를 먹고 평소 비싸서 손이 안 가던 대게도 먹었다. 대게는 별생각이 없었는데, 덕구온천콘도에 대게를 절대 가져오지 말라는 경고문을 보니 먹고 싶어졌다. 애들이 잘 먹어서 먹는 걱정을 안 해서 좋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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횟집에서 반찬으로 나온 가자미구이를 잘 먹어서 오는 길에 말린 가자미를 한 줄 샀다. 포항 죽도시장에 말린 가자미를 파는 점포가 늘어선 풍경이 생각난다. 뒤늦게 맛있는 걸 알아서 다른 곳에서 비싸게 사 먹는 기분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