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셜 딜레마 (제프 올롭스키, 2020) 감상문
새로 고침을 하면 새로운 게 제일 위에 뜰 겁니다. 새로 고침을 하면 또 달라지고요. 매번 말이죠.
심리학에서는 그걸 간헐적 정적 강화(intermittent positive reinforcement)라고 합니다.
언제 뜰지도 모르고 뭐가 뜰지도 모르는 게 라스베이거스의 슬롯머신과 완전히 똑같죠.
상품을 계속해서 쓰게 만드는 것도 모자라서 뇌간 깊숙한 곳으로 들어가 여러분에게 무의식적인 습관을 심어서 심층부에서부터 프로그래밍하는 겁니다.
아주 은밀하게 말이죠.
슬롯머신과 똑같다는 얘기에 정신이 번쩍 들었다. 나도 습관적으로 당겨서 새로 고침을 한다.
왜 이런 습관을 만드는 걸까? 사용자에 대한 데이터를 많이 모아야 한다. 데이터가 많을수록 정밀한 광고를 할 수 있다. 데이터를 많이 수집하려면 체류 시간을 늘려야 한다. 사용자가 좋아할 만한 글, 사진, 동영상을 보여주려고 노력하는 이유다. 우리는 ’좋아요’를 눌러서 우리에게 맞는 모델을 인공지능이 만들 수 있게 힌트를 준다. 이 모든 게 광고 때문이다. 중요한 건 클릭이다.
상품의 대가를 치르지 않으면 네가 상품이다.
If You’re not paying for the product, then you are the product.
개인의 점진적이고 눈에 띄지 않는 행동과 인식의 변화가 상품이다.
It’s the gradual, slight, imperceptible change in your own behavior and perception that is the product.
맞다. 세상에 공짜는 없다. 내 시간과 관심을 나도 모르는 사이에 판매한다. 공짜로. 개인 정보야 허용 범위 내에서 제공할 수도 있다. 하지만 광고주가 원하는 클릭을 유도하려고 내 시간과 관심을 갉아먹는 건 심각한 일이다.
개인에게 맞춘 검색 결과, 보여주는 글 목록 등의 개인화가 사회 분열과 갈등을 강하게 한다. SNS가 발달할수록 내 성향에 맞는 글들만 더 보게 되는 것 같다. 다른 생각을 들어보기 위해 들어가는 노력이 갈수록 커진다. 인공지능은 내가 좋아하는 것들만 추천한다. 다른 사람에게 링크를 받거나 더 자세히 검색해서 클릭을 해야 한다. 검색의 범위가 넓고 모호할수록 내가 좋아하는 글이나 영상이 클릭하기 좋은 자리를 차지한다.
이런 상상을 해본다. 로그 오프하고 쿠키를 차단한 다음 검색을 하면 이제까지 내가 보던 검색 결과와 확연히 다르다. 대세라고 생각한 내 타임라인에 보인 글들을 다른 대부분의 사람이 음모론으로 치부하고 있다.
SNS 사용을 그만둘 순 없다. 죽어가는 RSS 자리를 꿰차려고 한다. 많은 정보가 SNS로 유통되고 있다. 또한 자식들이 SNS에 노출될 텐데, 사용 가이드라인을 만들어주려면 잘 알고 있어야 한다. 알림을 끄는 것부터 시작해야 한다. 알림으로 내 연속적인 시간을 끊는 걸 방치하면 안 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