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모니터를 보는데 눈이 너무 피로하다. 선명하게는 보이는데 작아 보인다. 안경을 낀 상태에서 앞에 오목렌즈를 하나 더 덧댄 느낌이다.

안과에 방문했다. 시력 검사용 안경테를 꼈다. 의사 선생님이 지금 도수에 맞춰 렌즈를 끼우곤 손 앞에 있는 종이를 보라고 했다. 보이긴 하는데 피로하다. 모니터를 볼 때 느낀 그 피로감이다. 렌즈를 바꿔서 끼우곤 다시 보라고 했다. 잘 보인다! 우와 명의! 기분이 좋다. 의사 선생님이 초안 노안이라고 진단했다. 그 말을 듣기 전에는 잘 보여서 좋았는데, 순식간에 우울해졌다.

안과에서 뽑아준 시력표로 안경을 맞췄다. 노안이라는 말을 듣고 슬펐지만 눈의 피로가 줄어들어 다행이다.

다시 조금씩 불편해진다

어느날 새벽에 집을 나서며 Apple Watch 7 (2021) 시간을 봤는데, 잘 안 보인다. 더 늙었다. 형들이 핸드폰이 잘 안 보이는지 안경을 벗고 가까이 가져가 보는 걸 봤을 때, 나도 언젠가 저런 시기가 오면 어떡하나 걱정했던 때가 생각났다. 그래도 주변이 밝으면 잘 보여서 그런 상태로 조금 더 버텼다.

책을 보는 데 불편하다. 글자가 흐릿하게 보인다. E-Reader(이북리더기)를 사서 글자를 키워서 책을 볼까? 다른 지름으로 해결하려는 생각이 잠깐 들었다. 이내 생각을 바꿨다. 휴대성과 접근성을 높이려면 이북리더기를 사는 게 맞지만 근거리가 잘 보이지 않는 상태에서 안경에 투자하는 게 아니라 다른 걸 투자하는 건 상황을 해결하지 못한다.

기능성 렌즈의 짧은 후기

이제 누진다초점를 알아볼 시기라는 생각이 들었다. 안경점에선 초기 노안이니 가격이 좀 더 저렴한 기능성 렌즈를 권했다. 좀 더 불편해지면 누진다초점을 쓰면 어떻겠냐는 권유다. 아직도 노안 약한 맛이라는 거지? 뭐 그래도 약한 맛이니 기분은 좀 나아졌다.

블루컷 아이젠 렌즈로 안경을 맞췄다. 기능성 렌즈는 누진다초점과 다르게 다양한 도수를 연속적으로 배치한 게 아니다. 포커스 영역에서 근거리 도수로 변한다. 포커스 영역이 기대보다 좁다. 책을 볼 때, 네 줄에서 다섯 줄은 선명하게 보인다. 하지만 다른 영역은 아웃포커싱 효과를 먹인 것처럼 보인다. 빠르게 결정했다. 반품하자.

오피스 렌즈로 가다

기능성 렌즈를 껴보니 내 요구사항이 명확해졌다. 일상생활에서는 지금 끼고 있는 단초점 렌즈를 계속 사용해도 괜찮다. 업무 시간 대부분이 모니터를 보는 시간이다. 그래서 모니터를 보는데 피로감이 없어야 한다. 책을 볼 때도 편하게 볼 수 있어야 한다. 기능성 렌즈보다는 단초점 영역이 더 넓었으면 좋겠다.

누진다초점 렌즈 하나로 퉁쳐볼까? 누진다초점은 원거리, 중거리, 근거리로 구역을 나눠서 도수를 변화시키는 렌즈다. 이전에 기능성 렌즈로 구역이 작으면 어떤 불편함이 있는지를 느껴봤다. 더 많은 영역을 할당하고 싶다. 안경을 한 개가 아니라 두 개를 쓰면 해결할 수 있는 문제다. 그래서 원거리를 빼버리고 중거리와 근거리로 구성한 누진다초점 렌즈를 써보기로 했다. 자이스 오피스 수퍼브 니어타입으로 최대 초점 거리가 2M인 렌즈로 맞췄다.

오피스 렌즈 후기

시력에 대한 스트레스가 사라졌다. 오피스 안경을 가방에 넣고 다니는 불편함을 압도하는 편안함이다. 모니터 화면이 선명하게 보인다. 책도 잘 보인다. 기능성 렌즈와 다르게 초점을 촘촘히 배치한 덕분인지 기능성 렌즈로 봤을 때처럼 아웃포커싱 효과가 두드러지지 않는다. 원거리를 넣지 않아서 그런지 왜곡 구간이 작아 거의 느껴지지 않는다.

오피스 안경을 가방에 넣고 다니며 갈아 끼는 것도 익숙해지고 있다. 뭐 MMORPG에서도 PvE와 PvP 장비를 따로 맞추잖아. 만족한다.

마치며

노안을 겪으면 다음과 같이 안경 아이템 변경에 들어간다.

  1. 도수를 한 단계 낮춤
  2. 오피스 렌즈 추가 구매 or 누진다초점 렌즈 하나로 해결

한 개의 누진다초점 렌즈로 성공하는 사람도 있고 실패하는 사람도 있다. 나는 안전하게 오피스 렌즈를 하나 더 구매해서 일상용과 번갈아 쓰는 방식으로 갔다. 안경을 하나 더 들고 다니는 불편함만 감수하면 더 넓은 영역으로 편안하게 모니터와 책을 볼 수 있다.

일상용으로 쓰는 안경 렌즈에 기스가 많이 났다. 렌즈를 바꿀 때도 됐다. 똑같은 도수의 단초점 렌즈로 바꿀까 하다가 모든 영역을 커버하는 누진다초점 렌즈를 껴볼까 하는 생각이 든다. 어두울 때, 폰 화면과 워치 화면이 안 보여서 불편하기 때문이다. 오피스 렌즈가 있어서 회사 모니터에 적응하는 부담이 없다. 다음에는 누진다초점 렌즈 후기를 쓸지도 모르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