삼성 라이온즈 팬이 되다 - 2025년
딸기부엉이에게 내가 못 누린 추억을 주고 싶었다. 아빠가 스포츠 경기에 데리고 가는 경험이다. 가서 경기도 보고 맛있는 것도 먹고 소리를 지르며 응원하는 경험을 공유하고 싶었다.
예전에 몇 번 야구를 보러 간 적은 있었다. 응원하는 팀 없이 치킨이랑 맥주를 먹으러 갔던 것 같다. 어찌 보면 나도 야구를 처음 본다. 어디가 됐건 한 팀을 응원하는 좌석에 앉았다.
처음 본 건 NC vs 두산 경기
잠실 야구장에서 열리는 가까운 경기를 찾아봤다. NC에 다닐 때 받은 야구 모자가 있어서 NC 경기를 찾았다. 생각보다 자리가 널널해서 응원단 근처 시야가 좋은 자리를 예매했다. 외야석은 피하고 싶었다. 처음 데리고 가는 거라 재미있게 볼 수 있는 자리를 골랐다.
투수전이 아니라 타격전이었다. 자리 근처로 파울볼도 많이 날아 왔다. 응원 소리도 많이 들렸다. 재미있다. 딸기부엉이는 푹 빠진 것 같다. 야구가 너무 재미있다고 했다. 경기도 이겼다. 집으로 돌아가는 길에 마라탕을 먹었다. 행복한 코스다.
삼성라이온즈 팬을 하겠다고?
딸기부엉이가 야구경기를 또 보고 싶다고 했다. 어떤 팀이 좋냐고 물어봤다. 으잉 삼성이라고? 나는 홈구장이 가까운 KT, LG, 두산 정도를 응원하면 좋겠다고 생각했었다.
엄마와 아빠의 고향에 대한 의리라고 했다. 포항은 지역적으로 삼성 라이온즈를 응원하긴 하니깐. 갑자기 들어온 의리에 당황했다. 친구들은 딸을 아주 올바르게 키웠다고 부러워해 줬다.
그렇게 삼성 라이온즈를 응원하기 시작했다. 원정 팬의 삶을 시작했다.
그런데 삼성 선수들 인물이 다 괜찮네. 설마 이것 때문인가?
삼성 라이온즈 굿즈
이제 올 게 왔다. 굿즈를 사야 한다. 나는 활용도가 높은 모자를 사는 걸 원했지만 어림도 없다. 유니폼부터 알아보기 시작했다. 한 8만원 정도 하는 건가? 세상 물정 모르는 소리다. 선수 마킹까지 하니깐 14만원이다. 유니폼이 마음에 들었는지 가끔 학교에도 입고 간다. 뭐. 나쁘지 않다. 사이즈를 좀 더 크게 살 걸. 작아져서 나중에 하나 더 사야 할지도 모르겠다.
글러브에 관심을 가진다. 파란색 글러브가 마음에 든단다. 이건 더 고민할 시간을 주지 않게 바로 주문했다. 맞아도 덜 아픈 안전구도 같이 샀다. 굿즈 덕분에 딸기부엉이와 캐치볼도 한다. 생각도 못 한 수확이다.
여기서 끝나지 않는다. 응원봉도 사고 8회에 엘도라도를 부를 때 쓸 수건도 샀다.
잠실 야구장

제일 많이 갔다. LG와의 경기보다는 두산과의 경기 예매가 상대적으로 좀 더 수월하다. 근처 새마을전통시장에서 먹을 걸 사가는 게 베스트다. 맛있고 상대적으로 저렴하게 먹거리를 살 수 있다. 경기장까지 꽤 걸어가야 해서 한 번 사 먹고는 경기장 내에서 혹은 경기장에 가면서 먹을 걸 샀다.
주로 대중교통을 이용했다. 치맥하면서 야구 경기를 보면 행복해진다.
수원 KT 위즈 파크

수원 KT 위즈 파크가 잠실 야구장보다 훨씬 쾌적하다. 대중교통으로 가기는 힘들어서 차를 몰고 갔다. 잔여표를 낚아챘기 때문에 주차 예약을 못 했다. 경기 시작 2시간 전부터는 미리 예약을 한 차만 들어갈 수 있다. 홈플러스에 주차해 놓고 장도 볼까 했지만 하필 마트 영업을 안 하는 날이다. 그래서 더 일찍 갔다. 2시 30분 전에 도착하니 안에 주차할 수 있었다. 일찍 온 김에 선수 사인을 받을 수 있나 기웃거렸다. 어림도 없다. 원정 선수단이 도착하기 전부터 기다려서 사인받아야 하나 보다.

음식 주문이 특히 편하다. 키오스크로 주문해도 되고 핸드폰으로 주문하고 결제하고 알림이 오면 찾으러 가도 된다.
잠실 야구장보다 더 쾌적하다. 근처 야구장 중에 1픽이다.
대구 삼성 라이온즈 파크

이제 대구에 갈 일이 있으면 가장 먼저 삼성 라이온즈 경기 일정을 찾아본다. 주말 홈경기가 열리는 날에 맞출 수 있으면 맞춘다. 일정도 삼성이 결정해 준다.
경기장이 예쁘다. 외진 곳에 있어서 그런가 시야가 확 트여있어서 시원한 느낌을 준다. 주차는 빡세다. 항상 멀리 주차해 놓고 2km 정도를 걸어간다. 얼마나 일찍 와야 더 가까이 댈 수 있는 걸까?

전광판에 응원하는 팀의 응원가가 자막으로 나와서 신기했다. 아~ 항상 원정팀을 응원해서 그랬던 거구나. 홈구장에서 응원하는 맛이 났다.

어떤 특별한 날이었던 걸까? 경기가 끝나고 다이나믹 듀오가 와서 공연을 했다. 야구 경기장에서 공연을 본 건 처음이다. 경기에서 지고 그냥 집으로 가는 것보다 공연을 보고 가니 조금은 좋았다.

와일드카드 결정전 예매에 성공해서 1차전을 보러 갔었다. 왜 갈 때마다 지냐?
야구장에서 회식
4명 회식 장소를 고르고 있는데, 야구장도 괜찮을 것 같았다. 물어보니 다들 가고 싶어 했다. 야구장에서 회식이라니 괜찮겠는데? 4명 자리를 예매하는 게 힘들어서 그렇지.
치맥하며 경기를 보고 집으로 돌아가는 길에 맥주를 한 잔 더 했다. 야구장에서 대화를 많이 못 하니 자연스럽게 2차로 이어졌다.
야구장 관람 자리

응원석 예매는 한 번도 성공하지 못했다. 이제는 응원석을 노리지도 않는다. 응원석보다 한 층 위를 주로 고른다. 응원석이 있는 섹터와 가까워서 내키면 응원하고 다리 아프면 앉을 수 있는 자리를 선호한다.

둘째를 데려가기엔 외야석이 더 쾌적했다. 좌석이 좀 더 여유롭다. 라이온즈 파크처럼 애들이 놀 수 있는 공간이 있는 구장이면 더더욱 그렇다.
외야석은 경기에 몰입이 덜 된다. 수비할 때는 괜찮다. 같이 수비하는 느낌이 든다. 하지만 공격할 때는 응원가가 돌림노래로 들린다.
TVING을 결제하다
야구는 경기장에서만 본다. 이렇게 말했지만 일주일 만에 무너졌다. 야구 경기를 볼 수 있는 TVING을 결제했다.
한화와의 플레이오프에서 지자마자 바로 자동 결제를 취소했다.
턴제 경기의 묘미
집중과 릴렉스를 반복한다. 타자가 타석에 들어서면 집중한다. 다음 타자가 타석에 들어설 때까지 릴렉스. 공수교대 시간에는 릴렉스. 공격과 수비를 번갈아 가며 한다. 우리가 수비할 때는 음식을 사러 갈 절호의 찬스다.
턴제 경기 관람은 피로가 덜하다. 집중할 때가 분명하기 때문이다. 턴제 게임이라서 타자 응원도 가능한 것 같다. 공격하는 사람이 분명하기에 타석에 들어선 타자 응원이 된다. 축구를 이런 식으로 응원한다면 답도 없다. 패스할 때마다 사람을 바꿔가며 응원해야 한다.
에너지도 잘 느껴진다. 같은 팀을 응원하는 사람들의 에너지가 집중된다. 그 열기가 너무 좋다.
마치며
가족이 함께 보는 스포츠가 생겨서 기쁘다. 맥주를 마시며 느긋하게 볼 수 있는 스포츠라서 더 좋다. 야구 지식이 조금씩 쌓이고 있다. 이제 선발 투수 로테이션을 의논한다. 투수 교체 타이밍이 이상한 것 같으면 온 가족이 힘을 합쳐 감독을 비난한다. 643, 463, 543 병살의 의미를 안다.
2026년에도 야구장에 경기를 보러 같이 다니고 싶다. 대전과 인천 야구장에도 가보고 싶다. 먹거리에 좀 더 집중해서 경기장마다 유명한 걸 꼭 먹어보고 싶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