삼미 슈퍼스타즈의 마지막 팬클럽 (박민규, 2003) 독후감
생각해보니, 내 인생은 과연 별 볼일 없는 것이었다. 평범하고 평범한 가문의 외동아들이었고, 거의 이대로 평범하고 평범한 가문의 아버지가 될 확률이 높은 인생이었다. 타율로 치면 2할 2푼 7리 정도이고, 뚜렷한 안타를 친 적도, 그렇다고 모두의 기억에 남을 만한 홈런을 친 적도 없다. 발이 빠른 것도 아니다. 도루를 하거나 심판을 폭행해 퇴장을 당할 만큼의 배짱도 없다. 이대로 간다면…. 맙소사. 이건 흡사 삼미 슈퍼스타즈가 아닌가. - p.124
즉 누구에게라도, 새로 사온 치약만큼이나 완벽하고 풍부한 시간이 주어져 있었던 것이다. 시간이 없다는 것은, 시간에 쫓긴다는 것은 - 돈을 대가로 누군가에게 자신의 시간을 팔고 있기 때문이다. 돌이켜 보니 지난 5년간 내가 팔았던 것은 나의 능력이 아니었다. 그것은 나의 시간, 나의 삶이었던 것이다. - p.264
고교 야구, 즉 아마추어 야구의 자리를 프로 야구가 차지할 때, 모든 사람이 최면에라도 걸린 듯이 “프로가 아니면 살아남지 못한다.”라고 말을 한다. 얼마나 그럴듯한지 정말 프로가 아니면 살아남지 못할 것 같게 들린다. 물론 살아남기 위해서는 프로, 아니 전문가가 되어야 한다. 이 사실은 틀림없는 진실.
전문가만이 살아남는 이 세상에서 우리가 잊고 지내는 것들이 없을까? 물론! 없을 리가 없지. 나 또한 전문가가 되려고 하고 전문가만 살아남는 세상에 대해 아무런 불만도 없다. 잊고 지내는 것들을 찾기 위해서 아마추어로서 할 수 있는 것을 해보는 게 좋지 않을까? 삼미 슈퍼스타즈의 마지막 팬클럽으로써 알 수 있는 것들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