휴먼 플래닛 (BBC, 2011) 감상문
지구 구석구석으로 퍼져 나가 스스로 삶을 개척해 온 단 하나의 생명체가 있다.
바로 인류다.
시작 나레이션. 이 말을 처음 들을 때, 짜릿하더라. 그래 맞다. 동물, 식물, 곤충이 어떻게 환경에 적응하는지를 다루는 다큐는 많다. 하지만 정작 짱먹는 사람에 대한 다큐는 찾아보기 어렵다. ((내가 아는 것 중엔 없고 혹시 있나 찾아보긴 귀찮다는 말)) 아아~ 왔어요 왔어. 미칠듯한 적응력으로 모든 환경에 적응해서 살아가고 있는 사람을 볼 수 있는 다큐가.
바다, 사막, 북극, 정글 편은 다른 다큐에서도 많이 다뤘던 내용. 북극의 눈물과 아마존의 눈물에서 봤던 사람이 나와서 반가웠다. 원주민 추장이 꽤 무섭게 생겼는데, 그래도 다시 보니 반가웠다. 뭐 여하튼 이제까지 봤던 다큐랑 겹쳐서 그리 색다른 게 없었다. 딱 하나 빼놓고. 헐~ 나무 위에 집을 짓고 사는 부족이 있구나. 그것도 적당히 귀여운 높이가 아니라 20미터 정도에 집을 짓는데 정말 놀라웠다. 집 짓는 장면은 정말 감동이었다. 유기적인 움직임은 참 아름답구나. 감독자 따위 없어. 그런 거 없어. 그냥 모두 자기가 할 일을 알고 있고 스스로 알아서 움직여 집을 만든다.
산을 다룬 5회부터는 낯선 내용이라 기대가 됐다. 역시 기대를 안 저버린다. 독수리 사냥을 이렇게 자세히 보기는 처음이다. 척박하고 사냥감도 잘 없어 독수리를 사냥에 사용했다는데 참으로 절묘한 궁합이다. 어린 독수리를 납치해 길들이는 장면도 처음 봤다. 난 독수리로 사냥할 때, 그냥 쳐내버려 두는 줄 알았는데 그게 아니었구나. 눈가리개를 사용해 사람이 바라보는 사냥감이랑 일치를 시킨 다음 날려보내서 사냥한다. 팔에 독수리를 앉히고 말을 타고 가는 장면을 보니 감탄이 절로 나왔다. 그래 저게 정말 간지야. 그러고 보니 몬스터헌터 체형을 잡을 때, 참고하지 않았을까? 실루엣에서 몬스터헌터가 생각났다.
진정한 허세를 봤다. 사자가 사냥하고 먹는 걸 허세로 쫓아내고 사냥감 다리 한쪽을 잘라서 유유히 사라지다니. 아놔. 진짜 남자다. 나 감동했어. 무기라고 활을 들고 가는데, 사자가 덤비면 그냥 끝나는 싸움이다. 사자 먹이를 뺏어오다니 이것도 뭐 창의적이라 볼 수 있겠지. 분명히 뺏어오자고 말했을 때, 모두 미쳤다고 했을 테니깐.
생존을 위한 창의력. 다큐를 보기 전엔 이 문장이 안 어울린다고 생각했다. 흠. 내가 뭘 몰랐네. 창의력이 없었으면 인류는 존재하지 않았겠구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