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 minute read

글램핑이나 카라반에서 자는 걸 한 번은 하고 싶었다. 첫째가 간절히 야외에서 바비큐를 해 먹는 걸 원한다. 어떤 고기를 원하는지 물어보니 생각하지 못한 대답이 나온다. 마시멜로를 구워 먹고 싶다고 했다. 캠핑 컨셉으로 하는 식당에서 가능할 것 같다. 하지만 너무 비싼 가격에 조금 더 보태서 글램핑이나 카라반에서 자는 게 낫겠다는 생각했다. 야외 바비큐를 해 먹고 싶지만 불편하게 자는 건 싫다. 그래서 캠핑보다는 글램핑이나 카라반이면 좋겠다.

강원도 원주시 첫느낌

강원도 원주시는 속초나 강릉에 갈 때, 그저 스쳐 지나가곤 했다. 이제 강원도네. 이런 이정표다. 과일도 좀 사고 캠핑장 근처에 계곡이 있고 올챙이 같은 걸 잡을 수 있다고 해서 잠자리채나 하나 살까 해서 원주시에 들렀다.

도로가 넓고 반듯하고 쾌적하다. 첫인상이다. 반듯한 도로를 달리며 계획도시 같다고 생각했다. 아마 어쩌면 구도심이 있고 구도심을 방문하지 않아서 그렇게 느낀지도 모르겠다.

홈플러스 지하에 주차하고 장을 보려고 했다. 아차! 오늘은 둘째 주 일요일이다. 홈플러스는 닫았겠다. 다른 가게나 보자고 올라갔는데, 홈플러스가 열려있다. 물어보니 수요일에 쉰다고 한다. 덕분에 장을 봤다. 도로는 반듯하고 대형 마트는 일요일이 아니라 수요일에 쉰다. 원주시에 대한 가벼운 첫 느낌이다.

점심과 계곡

피노키오숲 카라반 입실 시간인 3시까지 많이 남았다. 우선 점심을 먹으러 황둔 마을로 갔다.

nil

황둔소머리국밥에서 밥을 먹었다. 애들을 먹이려고 시킨 불고기는 실망스러웠다. 냉동고기를 생고기처럼 요리하면 이런 맛이 나올 것 같다. 냄새는 안 났지만 질겼다. 양념은 질긴 고기를 더 강조했다. 반면 한우 국밥은 훌륭했다. 고기도 푸짐하고 부드러웠다. 반 정도를 맛있게 먹었다. 나머지 반은 첫째에게 뺏겼다.

nil

피노키오숲 캠핑장 근처에 계곡이 있다. 이것 때문에 원주시에 들러서 잠자리채를 사 왔다. 올챙이가 많이 있다. 애들은 한참 동안 올챙이를 잡으며 놀았다. 잠자리채까진 필요가 없었다. 손으로도 충분히 잡을 수 있었다. 포식자에겐 자연이 놀이터다. 포식자라서 다행이다.

피노키오숲 카라반 캠핑장

피노키오숲 캠핑장은 상당히 넓었다. 매점과 키즈 카페가 있는 본부 건물에서 20분 정도는 걸어가야 카라반 캠핑장이 나온다. 더 올라가도 캠핑 사이트가 있다. 한여름에는 물놀이할 수 있는 풀장을 만든다고 하는데, 세 군데 정도를 만든다고 했다. 상당한 넓이다. 한여름에 와도 물놀이를 할 수 있어 괜찮겠다고 생각했다.

nil

매점과 같은 건물에 있는 키즈 카페에서 애들을 놀렸다. 아직까지 입실 시간이 안 됐다. 키즈 카페 규모가 마음에 든다. 초라해서 입장료를 받기도 민망한 규모다. 덕분에 무료로 애들을 놀렸다.

nil

nil

기대한 것보다 편하게 잘 지냈다. 옆 카라반과 간격이 좁다고 생각했는데, 카라반의 한 면만 사용하다 보니 간격에 비해 그리 불편하지 않았다. 침실은 생각보다 넓었다. 우리 가족이 2층 침대에서 같이 자는 것도 처음이다.

nil

고기도 구워 먹고 불멍도 했다. 첫째가 바라던 마시멜로도 구워 먹었다. 산이라서 사방이 막힌 화로대만 사용할 수 있다고 한다. 다음에 올 때는 화로대는 빌려서 사용하고 장작 정도는 더 싼 걸 사 오면 어떨까 생각했다.

아침에 소리가 많이 나서 자주 깼다. 2층에서 자는 둘째가 떨어진 줄 알고 깜짝 놀라서 둘째가 어디 있는지 확인한다. 잘 자고 있는데, 이건 어떤 소릴까? 까마귀다. 똑똑한 새라고 하는데, 재미로 우리를 괴롭히는 것 같다. 뛰어 다니는 것 같은 소리도 나고 돌멩이 같은 걸 물어다가 떨어뜨리는 것 같기도 하다. 까마귀를 위협해 봤자 씨알도 안 먹히고 해코지만 당할까봐 계속 누워 잤다. 두 번 정도는 더 깬 것 같다.

제천 의림지

캠핑장에서 바로 집으로 오면 손해 보는 느낌이다. 제천 의림지가 가까워서 들렀다 집에 가기로 했다.

nil

오리배를 탔다. 연애할 때도 안 타 본 오리배를 드디어 탔다. 가장의 무게를 느낄 수가 있었다. 내가 굴려야 오리배가 좀 움직였다. 호수 위 작은 배에서 유대감 같은 걸 느끼게 된다. 밖은 위험한 물이고 안전한 작은 배에서 느끼는 안도감과 스릴을 같이 경험하는 사람들끼리 느끼는 그런 유대감이라고 할까? 연애할 때 타면 참 좋겠단 생각을 했다.

마치며

카라반에서 자는 것도 재미있었다. H 가족과 같이 가서 더 재미있었던 것 같다. 우리 가족만 간다면 리조트가 더 좋을 것 같다. 클램핑보다는 덜 인위적이란 생각이 든다. 여차하면 저런 카라반을 끌고 여행 가서 풍경 좋은 곳에 세워두고 잘 수도 있지 않을까? 이런 생각이 들어서다.

집에 가는 길에 제천에 들렀다가 가보니깐 제천도 갈 만한 거리다. 집에 오는 길에 제천에 괜찮은 캠핑장이 있다는 얘기를 들었다. 2시간 이내로 갈 수 있는 거리니 다음에는 제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