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 시즌 1 (페드로 아길레라, 2016) 감상문
번영과 폐허, 두 세계로 철저히 양극화된 미래의 세상. 폐허의 땅에서 벗어나 번영의 땅으로 갈 3%의 엘리트로 선발될 기회는 평생 단 한 번뿐이다.
시험에 통과하면 외해(번영의 땅)로 갈 수 있다. 모든 게 풍족하고 발달한 세상이다. 내륙(폐허가 된 땅)과 다르다. 20살이 되면 누구나 시험을 치를 수 있다. 그중 3%만 통과한다. 이 과정을 절차(process)라고 부른다. 20살이 되면 누구나 시험을 치를 수 있어서 공평하다는 착각을 하게 한다. 왜 3%를 위해 모두 괴로워해야 하는가? 신성하게 포지셔닝한 절차 덕에 근본적인 질문이 감춰진다. 대다수는 감춰진 질문을 보지 못하지만 ’대의’라는 조직은 그 질문을 한다. 시스템에 반기를 들고 투쟁한다. 절차에 대의 출신을 보내서 외해에 잠입을 시도한다.
3%를 뽑는 절차가 시즌 1의 메인 스토리다. 면접 이후 탈락자가 있는 단계를 무사히 통과해서 살아남으면 된다. 팀워크가 필요한 문제도 있고 개인의 역량이 필요한 문제도 있다. 참가자들이 퍼즐을 푸는 장면을 보니 라이어 게임이 생각났다. 유능한 참가자와 러브 라인을 만드는 건 꽤 괜찮은 전략이다. 제일 도움이 안 되는 팀원 한 명을 찍어서 방출시키는 것과 같이 한 표가 소중할 때, 든든한 힘이 된다.
절차 감독관인 에제키에우가 마냥 악역으로 보이지만은 않는다. 왜 어떤 소년에게 그렇게 잘해주는가? 아내가 있는 것 같은데, 왜 치료센터에 들어가 있는가? ’대의’ 조직을 공격하는 평면적인 나쁜 놈으로 그리지 않아서 몰입이 잘 됐다. 초반에는 이리치고 저리치고 불쌍하게 보이기도 했는데, 괜한 걱정이었다. 역시 절차 감독관에는 아무나 오르는 게 아니다.
폐허가 된 세상에서는 절차가 종교다. 신성시하는 전략이 잘 먹혔다. 하지만 뭔가 부족했다. 있어야 할 것 같은데, 없어서 허전했다. 바로 학원. 왜 절차를 통과하는 걸 가르치는 학원이 없었을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