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무엇을 하든 현재의 모습과 우리가 바라는 모습 사이에는 격차가 있다. 과거에 다르게 행동했다면 좋았을 거란 생각을 한다. 다른 걸 선택할걸. 더 공부할걸. 더 사람을 만날 걸. 어떻게 하면 우리가 바라는 모습에 더 가까워질 수 있을까? 이 격차를 좁히는 연구가 바로 행동경제학(behavioral economics)이다.

뭔가를 살 때 다른 뭔가를 포기해야 한다. 이걸 기회비용(opportunity cost)이라고 한다. 오늘 이 차를 사면 어떤 걸 포기해야 할까? 5년 동안 3주 휴가를 못 가게 될지도 모른다. 어떤 걸 살 때, 기회비용은 다들 생각하지 않는다. 돈의 심리학은 돈을 쓸 때 생각해야 하는 기회비용을 다룬다.

상대성, 공정성에서 비롯되는 돈에 대한 실수를 들으면서 놀랐다. 내가 저렇게 하기 때문이다. 그나마 위안은 거의 모두가 이렇게 한다는 것? 5분 정도 걸어가서 15달러 펜을 7달러에 살 수 있다면 걸어간다. 하지만 5분 정도 걸어가서 1,015 달러의 재킷을 1,007 달러에 살 수 있다면 어떻게 하겠는가? 아마도 너무 적은 할인율 때문에 걸어가지 않을 것이다. 돈을 상대적인 개념에서 보기 때문에 실수한다. 주위를 지워야 한다. 그리고 가격 자체만 볼 수 있어야 한다. 둘 다 5분을 투자해서 8달러를 절약할 수 있는 제품으로 봐야 한다.

공정성은 노력을 많이 쏟을수록 돈을 더 지불할 가치가 있다고 생각하는 실수다. 숙련된 열쇠공이 1분도 안 걸려서 문을 따고 175달러를 청구하면 비싼 것 같아서 불만족스럽다. 똑같은 문을 초보 열쇠공이 1시간 동안 낑낑거리면서 따고 175달러를 청구하면 그만한 가치가 있다고 생각한다. 사실 소비자 입장에서는 빨리 문을 따서 들어갈수록 더 유리하다. 1분도 안 걸려서 문을 따는 숙련된 열쇠공의 결과물이 훨씬 더 훌륭하다. 우리는 결과물만 평가하지 않는다. 결과물에 들어간 노력을 같이 평가하려고 한다.

자신을 위해 돈을 쓰면 행복함이 빠르게 사라지는 데 반해 남을 위해 쓰면 행복한 감정이 더 오래 지속되는 실험을 소개한다. 가끔 살만한 세상이라고 느끼게 해주는 뇌에 하드코딩된 이타성인 것 같다.

사람의 뇌는 ’미래의 나’를 생각할 때 반응하는 부위와 잘 모르는 사람을 생각할 때 반응하는 부위가 같다고 한다. 대부분의 사람이 ’미래의 나’를 ’남’ 대하듯 하는 이유다. 연금이나 저축보다 현재의 소비에만 신경을 쓰는 이유이기도 하다 - 마법의 연금 굴리기 (김성일, 2019)

사과와 초콜릿을 주고 먹을 걸 선택하라고 한다. 미래를 위해 선택한다면 건강에 좋은 사과를 선택하지만 현재를 위해 선택하면 더 즐거움을 주는 초콜릿을 선택한다고 한다. 시간선호(time preference) 현상이다. 결과가 현재로부터 멀리 있을 때는 이성적인 결정을 하고 가까워질수록 감정에 더 영향을 받는다.

돈 보다는 지불에 관심을 가져야 한다. 현금과 신용카드가 있을 때, 현금으로 결제하면 더 기분이 나쁘다. 관심의 차이다. 현금은 지갑에서 사라지는 게 보이는 반면 신용카드는 그 과정이 보이지 않기 때문이다. 소비와 지불을 동시에 하면 지불의 고통 때문에 즐거움이 줄어든다. 자동 납부로 바꾸는 가정의 전기 소비가 4% 늘어나는 것도 맥을 함께 한다. 관심을 가져서 지불의 고통을 느껴야 소비의 즐거움을 감소시킬 수 있다.

과정이 보이면 돈을 기꺼이 더 지불하기도 한다. 내가 한 일을 과장하고 다른 사람이 하는 일을 과소평가한다. 과정을 알 수가 없어서 과소평가하는 것인지도 모른다. 과정을 알리는 걸 운영의 투명성이라고 부른다. 관계에서도 이런 운영의 투명성이 필요하다. 자신이 한 일을 서로에게 알려야 한다. 중간보고가 생각났다. 진행 상황 공유가 주목적이지만 과정을 보여서 운영의 투명성도 확보할 수 있는 어디 버릴 게 하나도 없는 좋은 습관이다. 운영의 투명성을 확보하려면 보이지 않는 것을 보이게 하는 노력도 필요하다. ’아주 작은 습관의 힘 (제임스 클리어, 2019)’ 책에서 습관을 만들거나 버릴 때 사용하는 팁들도 도움이 될 것 같다.

예를 잘 들어주니깐 재미있고 이해가 잘 된다. ’주디스 버틀러 - 젠더’ 수업이 왜 그렇게 힘들었는지 들으면서는 몰랐는데, 예가 풍부한 이 수업을 들으니 알게 됐다.